요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이틀 뒤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차량 돌진 사고가 일어났다. 두 차량 사고운전자가 각각 68세와 80대 고령 운전자로 모두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몇 건의 사고가 더 있었는데, 그로 인해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2019년부터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조금 다르지만, 서울시의 경우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에게 10만 원 교통 카드를 지급하는데 매년 반납자 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지난 5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고위험 운전자 관리 방안으로 '조건부 면허 도입'을 발표하였다. 고령자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특정 기준에 미달하면 야간 운전, 고속도로 운전 등을 제한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제한한다' 등의 의견으로 '고령 운전자'를 '고위험 운전자'로 수정한 뒤 계속 추진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제도 강제하는 것이 맞을까
고령 운전자와 이야기해 보면 대다수가 고령 운전자 자진 반납 제도는 어디까지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나이가 많다고 모두 조건이 같지 않다. 주위에 이야기 들어보면 자기가 운전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본인 안전을 위해서도 스스로 운전을 그만둔다면서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고령자 면허반납은 생존권과 이동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퇴직한 지인들도 퇴직하기 전 출근할 때는 운전을 하였지만, 퇴직 후에는 운동도 할 겸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나조차도 인천 서구에 살면서 서울로 출근하여서 거의 승용차로 다녔었다. 퇴직한 지금은 서울 나갈 때는 대부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다.마음이 정말 편하다.운전이 필요 없을 때는 알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운전을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쩔 수 없어서 운전한다. 남편도 퇴직한 후에 후배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로 재취업해서 서울로 출근하고 있다. 65세가 넘었기에 지하철도 공짜고, 지방에 출장 갈 때도 KTX가 30% 할인이라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좋아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몇 년 동안 지하철을 타고 편하게 출퇴근하였는데 요즘 무릎이 아파서 걷기가 불편해졌다. 하는 수 없이 회사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있다. 남편은 일흔 살이다. 남편처럼 운전면허는 노인들의 이동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인이 살고 있는 시골 마을
서울에 살다가 지방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주한 60대 후반 지인이 있다. 전원주택이 도시와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교통이 불편하여 서울에 올 때는 시외버스 터미널까지는 승용차로 이동해야 한다. 서울에 있을 때도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운전을 잘 안 했다.지난봄에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차를 가지고 시외버스 터미널에 나와 주셨다.
남편분이 안 하던 농사를 짓는다고 일하다가 허리를 조금 다쳐서 지금은 운전을 못 하신다. 하는 수 없이 아내인 지인이 운전한다. 사는 곳이 시골이다 보니 병원, 마트, 은행 등 편의 시설에 가려면 무조건 자동차가 필요하다. 즉 자동차는 꼭 필요한 것인데 나이가 많다고 면허증을 반납하라고 하는 것은 움직이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말과 같다.
노인복지관에 글쓰기 수업을 함께 하시는 80대 초어르신께 여쭈어보았다.
"선생님, 혹시 운전면허증반납하셨는지요?"
"작년에 다시 갱신했어."
"그럼 반납하지 않으셨네요."
"오늘도 날씨가 너무 더워 걷기 어려워서 운전하고 왔어. 반납 안 할 거야."
"언제까지 운전하실 거예요?"
"인지가 나빠지면 당연히 반납해야지. 그리고 자율주행차가 나와도 운전 면허증이 있어야 운전이 가능하다고 해서 반납 안 하고 가지고 있으려고."
노인복지관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70대다. 오늘 모인 10여 분 중에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신 분은 안 계셨다. 마음으로는 반납하고 싶지만, 사시는 곳이 교통이 불편해 차가 있어야 해서 아직 반납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러시며 요즘 고령자 운전 사고 소식으로 운전을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셨다.
여러 어르신이 이구동성으로 나이가 들면 아픈 곳도 많아서 일주일에 몇 번씩 한의원이나 병원에 가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아야 한다고 하신다. 고혈압 약 등도 정기적으로 처방받아야 하고 가끔 모임에도 가야 할 때가 있다시며자동차가 있어야 가능하다신다.
내가 사는 곳은 수도권 외곽으로 조금 들어가면 지하철이 닿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노인이 모두 도시에 살 수 없고 매번 자식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운전을 할 수 있는 한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어쩌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이 국민의 20% 이상이 되어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노인이라고 옛날처럼 그냥 다 놀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 많다.택시를 운전하시는 분들도 60세 이상이 많다고 한다.남편 친구들도 대부분 70대인데 아직 면허를 반납한 분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고령자도 사람에 따라 다른데 획일적인 대책을 쉽게 논의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령자 면허증 반납제도 대신 철저한 검사 프로세스 개선
고령 운전자 특징이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과 판단력이 많이 떨어짐을 느낀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접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운전이 두려워져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운전을 안 하게 된다.
하지만 운전이 생업과 관계가 있으면 안 할 수가 없다. 대신 면허 갱신 시 적성검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 인지 능력 검사를 강화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심도 있는 실제 테스트를 진행해서 정확하게 확인하는 방법도 검토하면 좋겠다.
지금도 75세 이상 면허 갱신 때는 치매 검사를 비롯해서 교통안전 검사, 적성검사 등을 세밀하게 한다고 한다. 갱신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축소했다. 주변에서 보면 면허 갱신하러 갈 때 많이 긴장하고 통과하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그래도 꼭 필요한 사람은 면허증 갱신 프로세스를 통과하려고 여러 가지로 사전에 노력한단다.
교통사고는 고령 운전자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20대 운전자에게서도 많이 일어난다. 고령 운전자뿐만 아니라 전 연령 운전자에게 주기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받게 하고 통과하는 사람만 운전하게 하면 어떨까.
나도 면허증을 갱신하고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내년에는 면허증을 다시 갱신해야 한다. 운전을 안 하고 싶지만, 살다 보면 꼭 필요할 때가 있어서 반드시 갱신해야 한다. 남편이 지금은 운전하고 있지만, 어쩌면 내년에 무릎 수술을 할 수도 있어서 내가 운전을 꼭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듯 나이 들어도 운전이 꼭 필요한 사람은 절대 면허증을 반납할 수 없다.면허증을 갱신하고 10년 동안 어떤 안전교육도 받지 않았다. 75세 고령자처럼은 아니어도 주기적인 안전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65세가 넘어서 이번에 갱신하면 5년 주기로 면허증을 갱신하게 된다. 70세가 넘으면 적성검사에도 통과해야 하니 몸 건강, 마음 건강 모두 잘 관리해야겠다. 운전은 늘 운전자 안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안전도 꼭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마이 뉴스 시민 기자로 시니어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청역 사고 후에 사회면 기사 청탁받고 쓴 글입니다.오마이 뉴스에서는 편집 기자들이 기사 제목 등을 수정 보완해 주어서 글 제목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