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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17. 2024

한국 근현대사 자수전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전시회(8월 4일까지)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자수 작품


정말 오랜만에 덕수궁을 방문했다. 예전에는 1년에 한두 번은 방문했었는데 나이 들면서 거의 가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으나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지난주에 이혜연 작가님께 주문한 컵과 티셔츠가 도착해서 잘 받았다고 연락드리다가 덕수궁에서 자수전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만나서 함께 가기로 했다. 깜짝 데이트다.


요즘 노인복지관 수업도 끝났기에 한가한 편이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출발했다. 덕수궁 정문에서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해서 9시경에 출발했는데 홍대입구역에서 2호선으환승하려는데 작가님께서 벌써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바로 출발했다고 하셔서 더우니까 시원한 데서 기다리라고 했다.



덕수궁 정문에 도착하니 마침 수문장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시간도 잘 맞추어 왔다. 입장료를 끊고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걸어갔다. 입장료는 너무나 한 천 원이다. 나무가 우거진 덕수궁을 보니 우리나라 고궁이 이렇게 좋은데 늘 카페나 음식점에서 모임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에 가서 다음에는 고궁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작가님이 전시회 입장료를 끊고 기다리고 계셔서 바로 입장을 하였다. 귀한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 입장료도 2천 원이다. 자수전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작품을 보면 볼수록 감동이 되었다. 바늘을 도구 삼아 다채로운 색실로 직물을 장식하는 자수는 인류의 오랜 문화유산 중 하나다.


전시실은 조금 어두웠다. 자수 작품이 빛에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실내 조도를 낮추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로 입구에 있는 작품은 자수가 아닌 그림이다. 가까이에서 보다가 작품을 훼손할까 봐 포토라인을 쳐 놓았다. 작품이 그림인지 자수인지 구분이 안되어 나도 자꾸 가까이에서 확인하려고 다가가게 되었다. 줄을 쳐 놓은 이유가 있었다.



전통자수라 불리는 유물 대부분은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전시된 작품 대부분도 1900년대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는 알려지지 않은 자수 작가와 작품을 발굴, 소개하고 시대에 따라 어떻게 발전되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라고 다. 10폭 병풍이 많았는데 어떤 작품은 년씩 걸려서 제작한 작품도 있었고, 학교에 자수과가 있어서 학생들 공동작품도 있었다. 학교에 자수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전시실은 모두 4실로 1층과 2층 전시실에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1 전시실은 주로 전통 자수로 조선시대 자수도 있었다. 2 전시실은 주제가 '그림 갓흔 자수'로 그림인가 싶어 보면 섬세하게 자수로 한 땀 한 땀 수놓아 있었다. 3 전시실은 자수로 추상화 작품을 만들었는데 작품성에 놀랐다. 


2 전시에 전시되어 있는 배꽃 작품은 그 작은 꽃을 어떻게 바늘과 실로 표현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마지막 4 전시실에서는 최유현의 팔상도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10년 동안 만들었다고 한다. 비슷한 듯 다르게 보이는 불교를 주제로 한 대형 작품 여덟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크기에 놀라워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옛날 자수전인데 관람객이 정말 많았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6,70대 연령층의 여성분이 많았지만, 외국인도 보이고 동아리 학생인 듯 남학생들이 선생님과 관람하는 팀도 있었다. 이 전시회가 5월부터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끝나기 전에 보려고 서둘러 오지 않았을까 싶다.



위 작품은 제목이 통일(무궁화) 오른쪽의 붉은 무궁화는 북한을, 왼쪽의 흰색 무궁화는 남한을 상징하며 한반도 형태로 우아하게 곡선을 이루고 있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나무 둥치는 통일의 염원을 나타낸다고 한다. 작품을 만드는데도 3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꽃과 잎, 나무의 명암을 그림처럼 표현해서 그 섬세함에 놀랐다.


나는 결혼하고 남편과 3년 정도 떨어져서 살았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파견 근무를 갔다. 아이도 없어서 대학교에 다니는 남동생과 살았는데 아파트 상가에 자수 가게가 있었다.


그때 만든 여덟 폭 병풍이 지금도 있다. 우리 아이 어렸을 때 집에서 돌잔치할 때도 사용했고, 사촌 여동생 약혼식 때도 사용하였다. 부모님 기일에는 글씨 표고한 뒤쪽으로 사용했는데 언제부터인지 베란다에 모셔놓고 거의 꺼내보지 못했다. 오늘 자수전에 다녀오며 병풍이 잘 있는지 꺼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혜연 작가님 덕분에 귀한 전시회에 다녀왔다. 관람하며 중간에 사진도 찍어 주셔서 감사하다. 자수전 관람을 마치고 나오며 이렇게 멋진 전시회인지 몰랐다며 오늘 오길 정말 잘했다고 했다. 그동안 자수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자수전 관람을 통해 자수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렇게 많은 자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정말 귀하고 멋진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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