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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Oct 08. 2024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요즘 앞니 빼는 풍경

쌍둥이 손자 첫 앞니 빼던 날

어릴 적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노래 부르며 빠진 이를 지붕 위에 던졌던 어릴 적 추억들은 다 가지고 있을 거다. 


이가 흔들리면 손으로 흔들다 저절로 빠지기도 했지만,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이를 실로 묶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빼 주셨다. 이를 실로 묶으면 언제 실을 잡아당길지 몰라 긴장이 되어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그 공포심은 상상하기도 싫다. 배운 것이 이러니 우리 아들 둘 이를 빼줄 때도 실로 이를 단단하게 묶어서 빼주었다.

 

2주 전부터 쌍둥이 손자 중 첫째가 아래 앞니가 흔들린다고 했다. 손자는 여섯 살이다. 유치원 같은 반 친구 중에 이를 뺀 친구가 많다고 한다. '이가 언제 빠질까? 어떻게 빼주어야 하나.' 모두 걱정하며 기다렸다.


헤드폰 끼고 만화영화 보며 이 빼는 어린이 치과


주말마 쌍둥이 손자를 돌봐주고 있어서 금요일 저녁에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온다. 이번 주 금요일우리 집에 오기 전에 아들이 전화했다.


"지우, 이 빼야 해서 치과에 4시에 예약했어요. 치과 들렀다가 갈게요."


'지우가 드디어 이를 빼는구나!' 생각하며 엄살쟁이 손자가 울지 않고 이를 잘 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치과에 간 아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왔다. 손자가 치과에 의젓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말했다. 지우는 손에 작은 상처가 나도 '피 나온다.'며 청 크게 우는 아이다.


"지우가 의젓하게 잘 누워있네. 많이 큰 것 같아."

"그러게요. 엄살쟁이 지우가 신통하네요."



누워있는 모습을 자세히 보니 헤드폰을 끼고 천장에 있는 TV로 만화영화(애니메이션)를 보고 있었다. 나중에 아들에게 들었는데 어린이 전문 치과라서 아이들이 치료하는 소리(드릴 소리)에 공포심을 느끼지 않도록 헤드폰을 끼워 준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치과란 생각이 든다.


울지 않고 만화영화 보고 있다가 이가 빠지는 순간 느낌이 이상했던지 울었다고 한다. 첫 앞니를 빼는 날 공포심을 느끼면 다음에 이를 뺄 때도 힘든데 첫 이를 잘 빼주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우에게 "이 잘 빼서 이제 형님 되었어."라고 말해 주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단다. 이를 빼고 환하게 웃는 손자가 장해 보인다. 



옛날에는 이를 빼면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노래 부르며 이를 지붕에 던졌는데 뺀 이는 생쥐 모양 통에 담아 주었다고 손자가 손에 들고 와서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헌 이는 생쥐에게 주면 새 이를 보내준다."며 손자가 신나서 이야기한다. 치과에 따라서 뺀 이로 목걸이를 만들어 주는 치과도 있다. 이가 담긴 생쥐 통은 손자가 보물처럼 간직할 것 같다. 하기야 요즘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으니 이를 던질 지붕도 없다.


이를 빼고 이상한 지 손으로 자꾸 만진다. 곧 익숙해지길 바란다. 쌍둥이 둘째 손자는 X-RAY를 찍었는데 4개월 후에나 빠질 거라고 한다. 쌍둥이인데 성격, 취향, 식성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차이가 크게 난다. 첫째가 1분 형인데 이도 먼저 나오더니 이가 먼저 흔들렸다.


손자가 이를 빼는 바람에 아들과 어릴 때 이를 빼던 추억을 나누었다. 아들은 서른다섯 살인데 아빠가 실로 이를 묶고 잠시 기다렸다가 턱을 툭 치며 실을 잡아당겨 이를 빼주었다고 한다. 가끔 한 번에 빠지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는 힘들었으나 추억은 늘 아름답다.     


손자가 세 명이다. 앞으로 손자들이 이를 많이 빼야 할 텐데 시작을 잘해서 참 좋다. 빠진 곳에서 새 이가 튼튼하게 나오길 바란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텐데 쌍둥이 손자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란다. 어린이 전문 치과가 있으니 이 빼는 것은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이렇게 손자 첫 앞니 빼기는 잘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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