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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04. 2024
여섯 살 손자가 내 폰으로 결제를 했다
초등학생 두 명 중 한 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바른 사용 교육이 필요
요즘 식당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핸드폰을 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아기들을 유아 식탁의자에 앉혀놓고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여주며 어른들은 옆에서 식사를 한다. 우리 집도 손자 어릴 때 식당에 가면 아이 먼저 밥을 먹이고 아들과 며느리가 식사하려고 핸드폰을 틀어 주었었다.
여섯 살 쌍둥이 손자가 있다. 주말마다 우리 집에서 돌보고 있다. 태어나고 6개월부터이니 벌써 5년이 넘었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무슨 놀이를 좋아하는 지도 다 안다. 요즘 핸드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된다.
예전에는 우리 집에 오면 가끔 TV에서 유튜브를 검색해서 시청하긴 했지만, 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책을 읽어 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요즘 집에 오면 핸드폰부터 찾는다.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길 찾기 앱으로 검색을 하거나 게임도 하고 갤러리에서 꽃 사진도 본다.
요즘 초등학생 2명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작년에 기간제 교사로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하였었다. 그때 우리 반 학생 중 2/3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다. 맞벌이 부모가 많다 보니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수업 중에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유튜버나 프로게이머,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학생이 많았다. 예전에는 선생님이나 경찰관, 의사 등의 직업이 많았는데 세월 따라 장래 희망도 변했다. 이런 직업은 모두 스마트폰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학생의 소원이 '게임을 많이 하고 싶다.'였다. 특히 남학생들 중에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요즘 스마트폰은 전화, 메신저, 카메라, 인터넷 검색, 영상시청, 길 안내 기능은 물론 요즘 노트북 기능을 넘어 건강관리까지 해 주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기에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란 생각도 든다.
아들이 쌍둥이 손자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였다. 어른들이 스마트폰을 새 폰으로 바꾸면 폰을 정리하여 손자용으로 주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 기능을 정말 잘 익혔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나와 남편보다 훨씬 잘 다룬다. 한글을 알긴 하지만 음성으로 검색하여 알고 싶은 정보도 다 알아낸다.
문제는 게임이었다. 게임 앱도 스스로 다운로드하여 신나게 하였다. 어느 날 문자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내 계좌에서 결재가 되었다는 거다. 두 건이었는데 한 건은 저녁 시간이었고 한 건은 다음 날 오후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카드를 쓰지 않아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아들에게 물어보니 손자가 게임을 구입한 것 같다고 했다.
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게임을 구입했는데 어떻게 결재를 했는지 신기하다. 지난번에 구글 페이먼트에서 내 카드가 불법 결제되어 휴대폰 결재를 차단해 두었었는데 어떻게 차단 해제를 하였는 지도 궁금하다.
결재된 금액은 이미 게임에 사용해서 환불이 안 되었다. 다행히 큰돈은 아니고 소액이었으나 이 기회에 손자 스마트폰 사용을 점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핸드폰 소액 결제도 다시 차단해 두었다.
내 휴대폰은 지문으로 로그인을 하는데 잠김 번호를 손자에게 알려 준 것이 문제였다. 쉽게 외우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여섯 자리 간편 결재 비밀번호가 핸드폰 잠김 번호와 같다. 내가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서 할 말이 없다. 내 폰 잠금 비밀번호를 조금 복잡하게 바꾸고 손자에게 "할머니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말라."라고 아빠가 단단하게 일렀다.
요즘 아들이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올 때 집에서 손자들이 사용하는 헌 핸드폰을 가지고 온다. 할머니, 할아버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게 하려는 거다. 그리고 절대로 게임 결재 하지 말라고 주의도 준다. 약속을 안 지키면 이제 핸드폰 사용 금지를 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 둘째가 퍼즐로 만든 무지개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