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갑자기 추워진 날씨, 가을 보양식 토란국 드세요

몸에 좋은 토란, 손질하긴 힘들지만 주신 분 생각하며 정성 들여 끓였다

by 유미래

가을에만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음식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토란국이다. 토란국은 대부분 추석에 뭇국 대신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이다. 우리 집에서도 차례를 지낼 때는 깐 토란을 사서 무와 같이 넣어서 끓였었는데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추석 차례는 아들들이 장가가면서 지내지 않았고, 추석 연휴에는 여행을 가거나 며느리들이 추석에 친정에 다녀오면 추석 저녁이나 다음 날 모여서 식사하는 걸로 대신했다.


지난주 토요일에 남편이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이 있다며 강화도에 다녀왔다. 동창생 중 한 분이 강화도에 살고 계셔서 초대했다고 한다. 강화도의 '고인돌 마을' 등 몇 군데 유적지를 다녀오고 친구들과 식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돌아올 때는 강화도 풍물 시장에 들러서 내가 좋아한다고 순무 김치를 사 왔다.


남편이 집에 도착했는데 순무 김치 말고 커다란 봉지를 싱크대에 올려놓았다. 궁금하여 물어보았더니 경기도에서 농사짓는 여자 동창생이 바로 캤다며 햇토란을 주었다고 했다. 우린 그 동창 친구에게 매년 서리태(검정콩)를 한 말 정도 주문해서 일 년 내내 콩자반도 만들어 먹고 밥에 넣어 먹는다. 친환경으로 농사지으신다고 해서 안심하고 먹는다.


가지고 온 토란이 많아서 혼자 먹긴 어려울 것 같아 조금씩 나누어 봉지에 담아서 주일날 교회 갈 때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한 봉지만 남겼다. 햇토란은 감자처럼 삶아 먹어도 되고 토란국을 끓여 먹으면 된다고 하는데 오래 보관하는 것보다 싱싱할 때 나누어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우리 집도 남편과 둘 뿐이라서 많이 먹지 않으니 이럴 때 토란 좋아하시는 분께 나누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토란을 나누어 드렸더니 한 분이 주말농장에서 땄다며 고추를 주셔서 역시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돌아옴을 느꼈다. 지인이 주신 고추는 매운 고추라서 어떻게 먹을까 고민 중이다.


토란은 보통 마트에서 손질해 놓은 토란을 사서 추석에 토란국을 끓였었는데 껍질이 있는 토란은 손질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먼 길 오시며 생각하고 가져다 둔 남편 동창분을 생각하며 맛있게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손질했다. 올여름은 또 폭염으로 얼마나 더웠는가. 무더위에 지은 농사라고 생각하니 토란이 더 귀하게 여겨졌다.


우리 집 토란국 만드는 법


(재료 준비) 토란, 소고기(국거리용), 무, 국간장, 소금, 간 마늘, 대파, 참기름, 후추, 동전 육수 등(들깻가루는 식성에 따라서 준비한다.)



(만드는 법)

1. 토란 껍질은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어서 꼭 장갑을 끼고 감자칼(필러)로 껍질을 벗긴 후 깨끗하게 여러 번 씻어서 물에 담가둔다. 토란 껍질 벗기는 것이 힘들어서 감자칼과 과도를 사용해서 껍질을 벗겼고, 껍질 벗기는 과정에서 장갑 낀 위쪽 팔에 가려움이 느껴졌다. 토란은 꼭 긴 장갑을 끼고 손질하는 것이 좋겠다.


2. 쌀뜨물을 넉넉하게 넣고 토란을 삶아주는데 쌀뜨물이 없으면 물에 찹쌀가루를 조금 풀어서 삶아주고 그것도 없으면 소금을 반 숟가락 정도 넣어 삶아준다. 10분 정도 삶아준 후에 찬물에 헹궈서 미끈거림과 아린 맛을 제거해 준다. 토란을 삶아낸 후에 토란국을 끓여야 하는 이유는 토란의 독성 제거뿐만 아니라 국물이 찐득하기 때문에 깔끔하게 토란국을 끓이기 위함이다. 토란을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부드럽게 들어가면 잘 익은 거다. 토란은 작은 것은 통으로 넣어주고 큰 것만 먹기 좋게 썰어서 넣는다.



3. 소고기는 키친타월로 눌러 핏물을 빼 준 후에 냄비에 소고기와 참기름을 한 숟가락 정도 넣고 중강불에서 잘 볶아준다. 이때 국간장을 조금 넣어주고 볶으면 고기에 간도 배고, 간장 냄새도 안 나고 맛도 깊어진다.


4. 소고기가 하얀색이 나면 납작하게 썬 무를 넣어주고 함께 좀 더 볶아주다가 물을 넣고 간 마늘과 동전 육수 두 알 정도와 다시마가 있으면 다시마 두세 잎 정도를 넣어준다. 센 불로 끓여주다가 중강불로 낮춘다. 다시마는 무가 익으면 꺼낸다(남은 무는 무채 김치를 만들었어요).


5. 간은 소고기 볶을 때 국간장 한 숟가락을 넣어서 볶았으므로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중간에 거품도 걷어낸다. 토란국은 깔끔하고 담백한 것이 맛있어서 간을 세게 하지 않고 국간장과 소금으로만 한다.


6. 무가 어느 정도 푹 익으면 토란을 넣고 뚜껑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5분 정도 더 끓여준다.


7. 마지막에 대파 썬 것을 넣어주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준다. 식성에 따라 들깻가루를 넣으면 구수한 들깨 토란국이 된다. 이번에는 맑은 토란국을 끓였다.


완성된 토란국

몸에 좋은 토란, 주의할 점도 있다


토란은 칼륨, 식이섬유, 비타민 C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해서 건강식품으로 분류된다. 식이 섬유가 많아서 소화 및 장 건강에 좋고, 혈압 및 혈관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비타민 C와 항산화 물질은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하니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기 예방에도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먹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떤 식품이든 과잉 섭취하면 안 되고 섭취 시 주의할 점을 꼭 챙겨야 한다. 특히 토란은 독성 성분이 있어서 반드시 익혀서 섭취해야 하며, 생으로 먹거나 맨손으로 만지면 가려움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신장 질환이 있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분도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오늘 저녁은 토란국으로 먹으니 추석 기분이 든다. 토란국을 먹으며 남편도 속이 편하고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이번 주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초겨울 날씨가 찾아왔다. 남편 동창생 덕분에 가을 보양식을 먹으니 감기에도 안 걸릴 것 같다. 아직 맞지 않은 독감과 코로나 주사도 맞고 올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야겠다. 가을에 어울리는 건강식 토란국 드시고, 가을도 느끼고 건강도 챙기시길 바란다.


유 세프 요리 교과서 '토란국' 편




https://m.yes24.com/Goods/Detail/14757015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