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감기 예방, 영양 챙기기에 좋은 음식, 만드는 법은 간단합니다
친정엄마는 요리를 정말 잘하셨다. 요즘처럼 요리 레시피를 보는 것도 아니고, 양을 정확하게 계량해서 하는 것도 아닌데 도깨비방망이처럼 말만 하면 '뚝딱'음식이 만들어졌다. 국도, 나물도, 볶음 요리도, 김치류도 정말 쉽게 만드셨다. 그것도 만드신 음식이 늘 맛있었다.
친정아버지가 51세에 돌아가시고 친정엄마는 강릉에서 혼자 사셨다. 주택에 사셨는데 오래된 집이라서 겨울에는 웃풍(겨울철에 방 안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스며드는 찬 기운)이 있어서 집이 추웠다. 매년 김장할 때가 되면 아파트인 우리 집에 올라오셔서 겨울을 보내시고 4월 초 벚꽃이 필 때쯤 내려가셨다.
친정엄마가 오시면 그날부터 나는 요리에서 해방되었다. 우리 집에 오시면 엄마 마음대로 장을 보시라고 신용카드와 반찬값을 드렸다. 아파트 앞에 있는 상가에 채소와 과일 등을 파는 단골 가게가 있는데 동네 마실 가시는 것처럼 매일 가셔서 사장님과 몇 시간씩 놀다 오시며 장을 봐 오셨다. 우리 집 식탁은 늘 다양한 음식으로 차려졌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음식 중에서 요즘처럼 찬 바람이 불 때면 늘 생각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뜨끈한 국이 생각난다. 친정엄마가 끓여주신 국 중에서 된장을 연하게 풀어서 끓여주신 배춧국도 생각나고, 대관령 황태를 넣어 끓인 콩나물 황탯국도 생각난다.
그땐 나와 남편은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던 시기라서 퇴근하고 오면 시간이 늦어서 배가 고픈 걸 아시고 저녁을 미리 준비해 놓으셨다. 친정엄마와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는지 이야기하며 남편이 퇴근하길 기다렸다가 식사를 하였다. 그날 친정엄마는 내가 감기 기운이 있는 걸 아시고 감기에 좋은 콩나물 황태뭇국을 끓여주셨다.
"어머니, 오늘 국 냄새가 참 좋네요. 무슨 국 끓이셨어요."
"오늘 날씨가 추워서 콩나물 넣고 황태뭇국 끓였는데 자네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음식은 다 맛있어요. 집사람도 어머니 음식 솜씨를 배워야 할 텐데요."
"천천히 배우지 뭐. 엄마가 만들어주시면 되지."
"어머니, 오늘 황탯국은 국물 맛이 진하고 속이 풀리는 것 같아요. 국물이 맛있네요."
"간을 새우젓으로 봤는데 입맛에 맞는가?"
엄마가 끓여주신 콩나물 황태뭇국에 밥을 말아서 먹으니 속이 든든하고 하루의 시름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황태를 넣어 구수한데 콩나물과 무를 넣어서 시원한 맛도 있고 정말 맛있었다.
우린 친정엄마가 100살까지 사실 줄 알았다. 내가 퇴직하고 친정엄마를 잘 모시려고 했는데 친정엄마가 천식으로 입원하셨다가 기관지 내시경을 받다가 심정지가 와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부모는 자식이 효도할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살아 계실 때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고 찾아보는 것이 효도란 생각이 든다.
요즘 가을인가 했는데 갑자기 추위가 찾아왔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생각났다. 남편이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해서 지난번에 토란국 끓이고 남은 무가 있어서 친정엄마가 맛있게 끓여주셨던 황탯국을 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름에 동해안 쪽에 놀러 갔다 오며 며느리가 사다 준 황태채가 있는 게 생각나서 슈퍼에서 콩나물과 홍고추와 청양고추도 사 왔다. 친정엄마가 끓여주셨던 황탯국 맛이 나올지 모르는데 어깨너머로 배운 대로 정성을 다해 끓여보았다.
우리 집 콩나물 황태뭇국 만드는 법
(재료)
황태채 두 줌, 콩나물 작은 것 한 봉지(300g), 무 1/3개, 대파 반 개, 다진 마늘, 홍고추 1개, 청양고추 1~2개
(양념재료)
국간장 2T, 새우젓 2T, 달걀 1개, 물 1.5ℓ, 참기름 2T, 후추 약간, 동전 육수 1개 (1T=밥숟가락)
(양념 재료는 황태와 무 등 재료의 양 등에 따라 조절한다).
(만드는 법)
1. 콩나물은 씻어두고, 무는 나박나박 썰어둔다. 황태채는 물에 두 번 정도 씻어서 물기를 짜 놓는다. 긴 것은 가위로 잘라주고, 굵은 것은 손으로 찢어준다. 가시가 있는지 보면서 손질해 둔다.
2. 냄비에 참기름 두 숟가락을 넣고 황태와 썰어놓은 무를 넣고 볶아준다. 약불로 하여 타지 않게 하고 탈듯하면 물을 조금 넣어준다. 국간장 두 숟가락을 넣고 황태와 무에 간이 배도록 볶아준다. 미역국을 끓일 때도 소고기와 미역을 참기름에 볶다가 국간장을 한두 숟가락 넣고 볶아주면 미역에 간이 배서 맛있다.
3.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어주고 간 마늘과 동전 육수가 있으면 한 알도 넣고 끓여준다. 동전 육수는 없으면 넣지 않아도 된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는 것이 신기하다.
4. 물을 조금 더 넣고 끓여주다가 무가 익으면 씻어놓은 콩나물을 넣고 냄비 뚜껑을 덮고 한소끔 끓여준다.
5. 뚜껑을 열고 썰어놓은 홍고추와 청양고추를 넣고 조금 끓이다가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이때 새우젓 한 숟가락을 넣고 간을 보면서 추가하며 간을 조절한다. 물 1.5리터에는 새우젓 두 숟가락으로 간이 거의 맞는다(새우젓을 많이 넣지 말고 계속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6. 마지막에 썰어놓은 대파를 넣어주고 식성에 따라서 풀어놓은 달걀을 살살 저으며 넣어준다.
7. 후추로 마무리하고 불을 끈다.
우리 집은 밥을 압력솥에 해서 냉동밥 용기에 담아서 냉동시켜 놓고 먹을 때 데워 먹는다. 남편과 둘이 살며 아침은 밥대신 과일 넣은 샐러드를 먹고 점심은 밖에서 먹을 때가 많아서 하루에 밥 두 공기면 충분하다. 매일 밥을 하기도 번거롭고 보온밥솥에 넣어 보온해서 여러 날 먹으면 맛이 없는데 냉동한 밥은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금방 한 밥 같다. 오늘도 여름에 사서 냉동실에 얼려둔 다양한 콩류와 옥수수를 넣어서 압력솥에 지어 보았다. 밥도 맛있게 되었다.
요즘 동네에 콩나물 해장국집이 많이 있다. 친정엄마가 3년 전에 돌아가신 후에 남편과 황탯국이 먹고 싶을 때 방문해 보았는데 친정엄마가 끓여주신 맛이 나지 않아서 실망하고 돌아오곤 했다. 오늘 내가 손 글씨로 써 놓은 일명 ‘유 세프 요리교과서’를 보면서 정성을 다해 콩나물 황태뭇국을 끓여보았다. 남편이 친정엄마 맛과 똑같진 않아도 맛있다며 잘 먹었다. 내가 먹어보아도 황태가 들어가서 맛이 구수하고, 무와 콩나물이 들어가서 시원하며 제법 맛이 깊었다.
"당신이 장모님 닮아서 음식을 잘하나 봐. 지난번에 끓인 토란국도 맛있었는데 오늘 콩나물 황탯국도 정말 맛있네. 속이 뜨끈해지고 감기도 뚝 떨어질 것 같아."
"콩나물 황탯국 끓이니 엄마가 보고 싶네요. 정말 맛있게 끓이셨는데 엄마 요리를 배워둘 걸 후회돼요."
"장모님이 그리 빨리 떠나실 줄 누가 알았나요. "
아직 가을인데 요즘 겨울처럼 추웠다. 환절기에 몸에 좋은 뜨끈한 국을 먹으니 몸이 풀리고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감기 기운이 있던 남편도 감기가 뚝 떨어지는 것 같다며 콩나물 황태뭇국 끓여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음식은 늘 추억을 불러온다. 콩나물 황태뭇국을 먹으며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생각하며 우리도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며 남편과 약속했다.
황태는 명태를 겨울 동안 추위와 함께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서 만들었으므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숙취 해소에 좋은 식재료로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따뜻한 성질이 있어서 요즘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해 주어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좋은 음식이다. 하지만 무슨 음식이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안 좋으니 적당히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