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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육개장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먹으면 힘이 불끈... 이렇게 끓이면 어렵지 않다

by 유미래


요즘 늦가을의 정취에 푹 빠졌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다.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에 보이는 것이 다 작품이다.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큰 일교차 주변에 독감 환자가 많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매년 맞던 독감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다. 퇴직하고 출근하지 않았기에 사람 많은 데 가지 않고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교사로 퇴직했기에 가끔 이웃 초등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시간 강사로 나간다. 작년 이맘때 학교에서 연락받고 시간 강사로 나갔었는데 교실마다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독감에 걸린 학생들이 결석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도 65세 이상은 지금이라도 독감 백신을 맞으라고 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시간 강사가 끝나는 날 아파트 앞 상가에 있는 내과에 가서 독감 예방 접종을 했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온 날 저녁부터 목이 아프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고, 생강차까지 끓여 먹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잠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학교 수업이 끝나서 다행이었지만, 몸이 아프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온종일 누워 있었다. 그래도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약 처방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점심때가 지나서 일어났다.


병원도 독감 환자로 만원이었다. 대기가 무려 60명이나 되었다. 늘 다니는 병원이고 아파트 상가에 있어서 집에 갔다가 2시간 뒤에 오라고 했다. 2시간 뒤에 병원에 가서 약 처방을 받아왔다. 약을 먹고 자다 보니 저녁때가 되었다. 남편이 깨워서 나가보니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시누이가 와 있었다. 시누이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남편 동생이라 나보고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 몸 좀 어때요."

"약 먹었더니 목이 조금 풀린 것 같은데 기운이 없네요."

"언니 아프다고 오빠가 전화해서 육개장을 좀 끓여 왔는데 밥맛 없어도 밥 말아서 좀 먹어봐요."

"별로 밥 생각이 없는데……."

"아파도 밥을 먹어야 났지요."


시누이가 몸을 일으키며 밥 먹으라고 해서 식탁에 앉았다. 시누이가 떠 준 육개장을 한 숟가락 떠서 국물을 먹어보았는데 매콤하고 진한 국물맛이 느껴졌다. 육개장에 밥을 말아먹었더니 몸이 따뜻해지며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시누이가 설거지까지 해주고 가며 남은 육개장을 아침에 데워서 꼭 먹으라고 했다.


독감은 아니었지만, 심한 감기 몸살로 며칠 고생했는데 시누이가 끓여준 육개장 덕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작년에 고생한 것이 생각나서 올해는 10월에 남편과 같이 가서 독감과 코로나 백신을 한꺼번에 맞았다.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고 하고, 이번 주도 날씨가 무척 추워진다고 하니 남편도 작년에 시누이가 끓여준 육개장이 생각난다며 육개장이 먹고 싶다고 해서 끓여보았다.


우리 집 육개장 만드는 방법


(5~6인분 육개장 재료)

소고기 양지 500g, 숙주나물 한 봉지(300g), 삶은 고사리 두 줌, 대파 두 대, 느타리버섯 한 팩, 무 두 토막, 달걀 한두 개(홍고추와 청양고추는 집에 있어서 넣었다.)



(양념)

국간장 5T, 액젓 4T, 고운 고춧가루 5T, 다진 마늘 2T, 밀가루 1T, 참기름과 식용유 각 2T, 소금, 후추, 쌈장 1T, 물 2리터(1T=밥숟가락)


(재료 손질하는 법)

1. 소고기는 국산 양지로 정육점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온다. 키친타월로 눌러 핏물을 뺀 후에 소금 네 꼬집을 넣어 잘 섞어준 후에 밀가루 한 숟가락을 넣고 버무려준다. 이러면 질기지 않고 나중에 국물도 진하다. 친정엄마는 소고기를 통째로 삶아서 육수를 내고 소고기를 찢어서 육개장을 끓였었는데 썰어서 쉽게 끓인다.


2. 무는 나박 썰기로 썰어주고, 대파는 반으로 갈라서 4~5센티미터로 썰어준다. 육개장에는 대파가 많이 들어가야 맛있다.


3. 느타리버섯은 밑동을 잘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고, 숙주나물도 깨끗하게 씻어둔다.


4. 고사리는 삶은 것을 사서 길지 않게 손가락 크기로 잘라준다. 오늘은 봄에 사둔 연한 마른 고사리를 전날 삶아서 준비했다.



(육개장 만드는 초간단 조리법)

1. 냄비에 참기름 두 숟가락과 식용유 두 숟가락을 넣고 썰어놓은 소고기 양지를 넣고 볶아준다. 참기름만 넣으면 잘 타기 때문에 식용유와 섞어서 볶아준다. 타지 않게 불은 중간 불로 한다.


2. 파를 넣고 고기와 잘 섞어준 후에 나박나박 썬 무를 넣고 볶아준다.


3. 불은 약한 불로 줄이고 고춧가루 다섯 숟가락을 넣고 비벼주듯 볶아준다. 고운 고춧가루를 사용하고, 고춧가루가 재료에 잘 배도록 볶아준다.



4. 다진 마늘과 국간장 다섯 숟가락, 액젓(나는 참치액젓을 사용함) 네 숟가락을 넣고 잘 섞어준다. 고기와 무에 간이 배서 맛있다.


5. 볶아놓은 재료에 물 2리터를 넣고 강불에 올려준 다음 느타리버섯과 고사리를 넣어둔다(이때 쌈장 한 숟가락을 넣어주면 국물 맛이 깊어진다.).


6. 뚜껑을 덮지 않고 끓이다가 끓으면 중불로 줄여서 뚜껑을 덮고 20분 더 끓여준다.


7. 마지막에 숙주나물을 넣고 10분 정도 더 끓여준다.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후추를 넣어준다. 육개장이 너무 싱거우면 맛이 없어 소금을 조금 추가했다.


8. 식성에 따라서 달걀 한두 개를 풀어서 넣어주고, 홍고추와 청양고추, 후추를 넣어준다(남편이 매콤한 음식을 좋아해서 청양고추를 넣는데 넣지 않아도 된다.).


완성된 육개장

9. 남편은 당면 넣는 걸 좋아해서 뜨거운 물에 당면을 잠시 담갔다가 그릇에 담고, 위에 육개장을 부어준다.


육개장과 고추장아찌

저녁에 시누이네를 오라고 해서 식사하며 "작년에 감기 몸살로 고생할 때 육개장 덕분에 몸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말농장 하는 지인이 10월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바람에 빨갛게 익지 않은 고추를 따서 많이 주셨다. 매콤한 고추를 어떻게 먹을까 생각하다가 고추장아찌를 만들었는데 요즘 맛있게 익어서 육개장과 같이 먹으니 육개장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어 정말 맛있었다.


육개장은 소고기와 고사리, 버섯, 무, 숙주 등 채소, 매운 양념이 어우러진 국물 요리로 면역력을 높여 감기를 예방하고, 체온을 올려 혈액 순환을 돕는다. 대파를 듬뿍 넣었기에 대파의 알리신은 혈액 순환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육개장이 몸에 좋은 음식이지만, 나트륨과 매운맛은 과다 섭취하면 좋지 않기에 알맞게 먹여야 함은 당연하다.


오늘 끓인 육개장은 5~6인분이 되어 시누이 부부와 우리 부부 넷이 먹고도 남았다. 예전에 친정엄마는 늘 육개장을 큰 솥에 많이 끓이셨고, 토란대 삶은 것 등 재료도 많이 넣고 끓여주셔서 어려운 줄 알았다. 오늘처럼 끓이면 육개장이 먹고 싶을 때 쉽게 끓일 수 있는데 국물 맛도 꽤 깊고 제법 맛있었다.


요즘 감기 걸리신 분도 많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날 때 끓여 드시면 좋을 것 같다. 남편도 시누이 부부도 맛있게 끓였다며 밥을 말아서 잘 먹었다. 나도 요즘 몸이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뜨끈한 국을 먹으니 힘이 나는 것 같다. 겨울엔 역시 뜨끈한 국이 최고다.


유 세프 요리 교과서 '육개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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