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관리, 정신건강 챙기기까지, 동네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주기적인 관리
주변에서 60, 70대 지인이 돌아가신 소식을 가끔 접한다. 요즘 60, 70대는 젊은 사람 축에 속한다. 나는 60세 중반이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 동창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소식을 들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소심해지고 건강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70대 초반인 남편도 작년 12월에 망막에 구멍이 뚫려 안과 병원에서 수술받았다. 요즘 무릎도 안 좋아져서 오래 걷지 못한다. 우리 집도 건강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기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답이다. 남편과 건강을 위한 방법으로 식생활을 바꿔 보기로 했다. 나는 달달한 믹스커피를 좋아했다. 퇴직 전에는 아침에 출근하면 하루의 시작을 믹스커피와 함께 했고, 점심 식사 후에도 꼭 믹스커피를 마셔야 소화가 되는 것 같았다. 믹스커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50대 중반부터 콜레스테롤이 높아서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다. 매일 약 먹는 것이 스트레스지만, 요즘은 마음을 바꿔서 좋은 비타민이라고 생각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약부터 챙겨 먹는다.
남편도 다행히 당은 없는데 나처럼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먹는다. 남편도 퇴직하고 나도 퇴직했기에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남편도 나도 빵을 좋아한다. 주로 아침 식사로 빵과 믹스 커피를 타서 먹었다. 그러다가 지인 모임에 가면 믹스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며 끊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피곤한 날에는 믹스커피가 생각나지만, 집에는 아예 믹스커피는 사 두지 않는다. 믹스커피를 끊었다.
좋아하는 빵도 건강염려로 끊어야 할까
남편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수제비와 칼국수, 냉면, 피자, 빵, 햄버거, 과자 등 다 좋아한다. 남편은 외출하고 돌아올 때면 늘 빵 봉지를 들고 오고, 집에 있는 날도 피자를 배달해 먹는다. 나는 밀가루 음식 중에 냉면을 제외한 다른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과자류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빵은 세끼를 빵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아침에는 샐러드를 먹지만, 외출할 일이 있는 날에는 빵과 커피로 아침을 대신한다. 밀가루도 몸에 안 좋다는데 빵을 끊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모임에 가서 요즘 건강을 위해 끊은 것이 있는지 여쭈어보았다. 모임은 예전에 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60, 70대 선생님들이다. 벌써 15년 이상 된 모임이라 만나면 늘 반갑다.
"저는 빵을 좋아하는데 요즘 고민이 되어요. 밀가루가 건강에 안 좋다고 하는데 건강을 위해 빵을 끊어야 하겠지요?"
"에고! 먹고 싶은 것 먹어야지 뭐 하러 끊어요. 매일 먹는 것도 아닐 텐데요."
"나는 70대 중반이 되니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도요.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하고 싶은 일 못한 것과 먹고 싶은 것 먹지 못한 것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요즘 먹고 싶은 것은 그냥 먹어요."
"대신 많이 먹지 않으면 돼요. 저는 요즘 과식하지 않으려고 해요. 80%만 배부르면 그만 먹어요."
"먹고 싶은 것 먹고 대신 운동하세요. 너무 맵거나 짜게 드시지 말고 음식을 꼭꼭 씹어 천천히 먹고요."
"저는 남편과 모래시계 세워놓고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식사합니다. 속이 편한 것 같아요."
모임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먹고 싶은 빵을 끊기보다는 많이 먹지 말고 먹고 싶을 때 가끔 먹는 것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통곡물로 만든 빵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먹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먹는 방식도 중요함을 알았다.
요즘 아침에는 주로 샐러드를 만든다. 남편이 달걀을 삶고 커피를 내리고, 나는 과일을 깎아 샐러드를 만든다. 둘이 분담해서 준비하니 시간도 단축되고 준비하는 재미가 있다. 남편의 달걀 삶는 실력이 점점 좋아져서 요즘 먹기에 딱 좋게 달걀노른자가 살짝 덜 익게 삶는다. 샐러드에는 견과류도 꼭 넣고,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 레몬즙으로 드레싱을 만든다.
2인분 샐러드드레싱은 올리브오일 네 숟가락, 발사믹 식초와 레몬즙 한 숟가락 그리고 소금은 반꼬짐 정도 아주 조금 넣고 잘 섞어주면 2인분 샐러드드레싱이 된다. 올리브오일은 엑스트라 버진으로, 발사믹 식초는 화이트 발사믹 식초도 있어서 취향대로 넣으면 된다. 가끔 집에서 만든 무가당 수제 요플레도 두 세 숟가락 넣어서 먹는다. 아침에 먹는 샐러드는 맛도 좋고 포만감도 느껴지고 영양도 좋아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부부 건강관리는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지난달부터 남편과 건강관리를 위해 가까운 행복복지센터에 있는 보건소 '건강생활지원센터'에 다니고 있다. 전화로 사전에 예약하고 가면 인바디 검사와 혈당, 혈압, 혈관 노화도 등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의사 선생님 상주하고 있어서 건강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나는 다행히 체중, 혈압, 혈당이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체지방을 줄이고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남편은 무릎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고, 혈당 관리하라고 주의를 들었다. 잡곡밥을 먹으면 좋은데 찹쌀 현미처럼 '찹쌀'이 들어가는 잡곡은 혈당을 높이는 것이라서 그냥 일반 현미를 넣은 밥을 먹으라고 했다.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검사해 주기에 다음 검사할 때까지 건강이 더 좋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요즘 체지방을 빼고 근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따로 시간을 내서 걷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고 계단 걷기도 하고 집에서 청소하며 운동한다. 이런 일상생활에서의 운동은 특별한 운동이 아닌 비운동성 신체활동으로 일종의 '운동 간식(exercise snack)'으로 부른다. '운동 간식'이 요즘 나에게 좋은 운동이 되었다.
벌써 12월이다. 곧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남편과 식생활도 신경 쓰고, 신체 운동뿐만 아니라 취미활동, 종교활동, 봉사활동 등으로 정신 건강도 챙기며 건강에 신경 쓰는 요즘이 행복하다. 마음의 온도를 올리는 방법이 '대화'라고 하니 새해에도 늘 함께하면서 사소한 일이라도 남편과 대화하며 남은 삶을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물론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끊거나 줄이고, 먹고 싶은 것도 맛있게 먹으면서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을 이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