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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육아, 밥 먹이는 일이 가장 힘든 할머니

편식하는 손자에게 영양만점 식사 한 끼, 추억의 주먹밥 먹고 국화축제까지

by 유미래

주말마다 쌍둥이 손주 주말 육아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손자가 혹시라도 다치거나 아플까 봐 걱정되고, 함께 놀아줄 놀이거리를 만드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매끼 차려주는 식사다.


쌍둥이 손자는 입이 짧은 편이다. 과일도 잘 안 먹고, 치킨이나 피자, 햄버거 등의 음식도 잘 먹지 않는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채소 반찬도 싫어한다. 늘 생선을 굽고 불고기를 볶아주고 메추리알이나 멸치볶음 같은 것을 준비한다. 채소 반찬 중에 유일하게 잘 먹는 것이 시금치 무침이라 시금치가 비싸도 주말에 꼭 만들어 놓는다.


이번 주에도 금요일 저녁에 쌍둥이 손자를 데려왔다. 아들이 회사에서 야근이라고 해서 우리가 아들네 집에 가서 데려왔다. 요즘 우리가 사는 지역 가까운 곳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인 '드림파크 야생화단지'에서 국화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토요일에 가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손자에게 물어보았다.

"지우 연우, 아침 뭐 먹고 싶어?"

"할머니, 추억의 주먹밥 만들어 주세요."

"연우도 주먹밥 먹을 거지?"

"네, 저도 주먹밥 먹고 싶어요."

"할머니가 오늘은 더 맛있게 만들어 줄게. 주먹밥 먹고 드림파크 국화 보러 가자."

"드림파크에 가서 은행잎이랑 단풍잎도 주워 올래요."


쌍둥이 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5개월부터 주말 육아를 했으니 7년이 더 지났다. 아기 때부터 우리 집에 오면 한 끼는 주먹밥을 만들어 주어서 지우는 아기 때 먹었던 주먹밥을 '추억의 주먹밥'이라고 부른다. 왠지 그냥 주먹밥보다 '추억의 주먹밥'이라고 말하니 더 맛있게 느껴지는 듯하다.

우리 집 추억의 주먹밥 만드는 법


(기본 재료)

감자 1개, 당근 한 토막, 양파 작은 것 반 개, 호박 한 토막, 소고기 다짐육 반 근, 밥 두세 공기, 굴 소스, 소금, 참기름, 올리브 오일



(추가 재료)

시금치 무침, 잔멸치 볶음, 달걀 한 개

(추가 재료는 꼭 넣지 않아도 됨)


(만드는 법)


1. 채소는 적당히 썰어서 다지기로 다진다. 요즈음 마트에 가면 각종 채소를 잘게 잘라놓은 모둠 조각 채소가 있지만, 우리 집은 귀한 손주 먹일 음식이라 꼭 싱싱한 채소를 직접 썰어서 사용한다. 소고기가 없으면 햄이나 스팸을 넣어도 된다(손자가 어릴 때는 소고기 다짐육만 넣었는데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라 소고기 대신 집에 있는 스팸 반 개 정도를 넣기도 한다).



2.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 두 숟가락을 넣고 소고기 다짐육을 볶아준다. 반 정도 익으면 채소 다진 것을 넣고 볶다가 굴 소스 반 숟가락, 소금 두 꼬집을 넣고 볶다가 참기름 한 숟가락을 넣고 볶아준다. 소고기 대신 스팸을 넣을 때는 다진 채소와 함께 볶아주고 소금을 넣지 않는다.



3. 채소가 거의 익을 때쯤 달걀 하나를 넣어서 채소와 익혀준다(달걀은 꼭 넣어주지 않아도 되는데 영양을 위해 요즘 한 개를 넣어준다).


4. 볶은 채소 위에 밥을 펼쳐서 넣어주고, 밥이 뭉치지 않도록 볶음밥 재료와 잘 섞어주며 볶아준다.



5. 불을 끄고 시금치 볶음을 가위로 잘게 잘라서 넣어주고 잔멸치 볶음도 넣어준다. 시금치를 넣으면 시금치 주먹밥이 되고, 멸치를 넣으면 멸치 주먹밥이 된다.


6. 볶음밥을 동그랗게 만들고 김 띠를 둘러준다. 김띠를 둘러주면 포크로 먹을 때 부서지지 않아서 좋다.


완성된 추억의 주먹밥


볶음밥의 기본 재료로만 볶아서 주먹밥을 만들어도 되지만, 다양한 재료로 영양을 챙겨주기 위해서 시금치 무침이나 멸치볶음이 있으면 넣어준다. 그렇게 하면 주먹밥 하나에 채소와 육류가 같이 들어있어 반찬 없이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아침에는 밥맛이 없어서 밥 먹이기가 힘든데 주먹밥은 한 잎에 쏙쏙 들어가기에 밥 먹이기도 수월하다. 오늘처럼 외출할 일이 있는 날은 주먹밥이 가장 좋다.


'추억의 주먹밥' 먹고, 국화축제 보러 출발


아침 식사로 주먹밥을 먹이고 날씨가 추워서 두꺼운 점퍼를 입혀서 '인천 드림파크 야생화단지'로 출발했다. 주말이라서 밀릴 것을 예상했지만, 역시 입구 이전부터 밀리고 주차도 힘들었다. 주차장을 돌다가 겨우 주차하고 공원으로 들어갔다. 국화축제가 11월 5일까지라 이번 주말이 가장 붐빌 것이다.


'인천 드림파크 야생화단지'는 수도권 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을 꽃과 나무가 무성한 야생화 공간으로 조성하여 수도권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 환경교육의 장으로 거듭난 곳이다. 가을이면 늘 국화축제를 하는데 올해는 쌍둥이 손자와 함께 해서 더 좋았다.



야생화단지 안에는 국화로 다양한 캐릭터를 장식해 놓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포토존이 많아서 사진 찍기도 좋았다. 축제 기간이라 먹거리 장터와 노래자랑 등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축제 분위기가 났다.



쌍둥이 손자와 단풍이 예쁘게 든 은행나무길과 단풍나무길, 징검다리길 등을 둘러보고 단풍잎과 은행잎도 주워서 돌아왔다. 주워온 단풍잎과 은행잎은 겨울에 꺼내보려고 책갈피에 끼워두었다. 겨울에 단풍잎을 꺼내보면 가을에 국화축제 다녀온 일이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이번 주도 쌍둥이 손자와 추억하나를 쌓은 행복한 주말이었다.


국화축제는 11월 5일까지지만, 국화가 시들기 전까지는 국화꽃도, 단풍 든 길도 볼 수 있으니 가을이 가기 전에 방문하면 좋겠다. 주말에는 많이 붐벼서 주중에 방문하면 좀 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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