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몸 다이어트, 마음 다이어트로 걱정 덜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만나서 식사하고 차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가끔 여행 가서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좋아했다. 만나는 사람은 주로 같이 근무했던 분들이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외에 초등 동창이나 여고, 대학 동기 모임도 있었다.
모임은 한 달이나 두 달에 한 번, 또는 분기별, 여름과 겨울 방학 두 번 등 만나는 방법도 다양했다. 가장 오랜 모임은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고, 다음으로는 교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 첫 발령받은 45년 지기 친구 모임이다. 서울 교사는 4, 5년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기에 같이 근무하면 마음 맞는 사람이 생기고, 같이 근무하다가 다른 학교로 전보할 때면 아쉬움에 모임이 하나씩 생겼다.
그러다 보니 학교를 옮길 때마다 모임이 생겼고,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면 또 모임이 만들어졌다. 22년 8월 말에 정년퇴직하기 전에는 모임을 이어갔다. 모임을 유지하려면 모임에 시간을 투자해서 참석해야 했고, 늘 회비를 내야 했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면 식사나 차도 한 번씩 사야 했다. 모임이 10개가 넘다 보니 퇴직 후에는 여러 가지로 부담되었다.
새해에는 '몸' 다이어트, '마음' 다이어트로 가볍게 시작
서울에서 42년 6개월 동안 선생님으로 살다가 퇴직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데 대부분의 모임은 근무했던 서울에서 하다 보니 한 번씩 서울에 나가는 것도 부담되었다. 나이 드니 서울에 나갔다 오면 하루가 다 가고,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올해는 노인 일자리로 오전 3시간 정도는 규칙적으로 일해야 해서 모임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임에 탈퇴할 핑곗거리가 생긴 거다.
오래된 모임이지만 썩 내키지 않는 모임, 모임에 다녀오면 이상하게 다음에 가기 싫은 모임, 모임 날짜가 다가오면 갈까 말까를 고민했던 모임 등은 탈퇴하기로 했다. 종이에 모임을 적어보니 그래도 다섯 개는 유지하고 싶어졌다. 열한 개 모임 중에 여섯 개를 줄였으니 '마음' 다이어트 즉 '관계' 다이어트를 잘했다. 남은 다섯 개 모임 중 두 개는 만나는 사람이 9명으로 인원이 많아서 일이 있을 때는 가끔 빠져도 부담되지 않는 모임이라 앞으로는 결국 세 개 모임만 잘 챙기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정리할 모임 단체 톡 방에 "제가 올 1년은 매일 새로운 봉사 활동을 하게 되어 모임에 나가지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라고 남기고 모임 단체 톡 방에서 나왔다. 물론 모임 대표에게는 전화를 드려서 회원들에게 잘 말씀드려 달라고 했다. 오래 유지했던 관계가 없어졌기에 단체 톡 방에서 나오며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긴 했지만, 잘했단 생각이 든다. 모임을 줄이니 왠지 살이 빠진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새해에 생활 명상법으로 운동도 꾸준하게 하리라 다짐했기에 '몸' 다이어트와 '마음' 다이어트를 잘 실천하리라 다짐해 본다.
이런 모임은 오래 유지하고 싶다
1월 22일(목요일)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영하 14도라고 했다. 사당동에서 45년 지기 친구 모임이 있었다. 10월에 만나고 석 달 만에 만나기에 추워도 빨리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다. 모자에 장갑에 머플러에 마스크까지 단단히 무장하고 출발했다. 교대를 졸업하고 다섯 명이 같은 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첫 학교에서 다섯 명이 모두 결혼하고, 4년 후에는 모두 다른 학교로 전보되었다. 이사 집들이, 아이들 돌, 아들딸 결혼식, 부모님 장례식 등 꾸준하게 만나며 모임을 유지했다.
지금은 모두 퇴직하고 손주들 돌보며 살고 있다. 사는 곳도 송파, 분당, 동작, 인천 등 여러 곳이라 중간 지점인 사당역 근처에서 자주 만난다. 더군다나 한 명은 작년에 손주들 국제학교 입학으로 제주도에 내려가 손주들 돌보며 사는데 요즘은 그 친구 서울 오는 날짜에 맞추어서 모이게 되었다. 그날도 친구는 제주도에서 올라오며 캐리어를 끌고 왔다.
'만나면 반갑고, 이야기하다 보면 헤어지기 싫고, 뭘 먹어도 좋은 만남, 늘 안부가 궁금한 친구들' 이런 모임은 오래 만나고 싶다. 오늘 만난 모임이 그런 모임이다. 그냥 만나서 밥 한 끼 먹고 카페에서 차 마시며 몇 시간 함께 있어도 즐겁다. 그냥 얼굴 보는 것 자체가 반갑고 힐링이 된다. 다행히 오늘 만난 친구 다섯 명은 모두 할머니들이다. 그중 나처럼 쌍둥이 할머니가 세 명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만나면 자연스럽게 손주 이야기를 먼저 하게 된다.
"너희 집 쌍둥이, 올해 학교 들어가지?"
"작년에 학교 들어갔잖아. 곧 2학년 올라가."
"내가 듣고도 잊어버렸네. 맞아, 작년에 입학했지. 우리 손자도 올해 1학년에 입학해."
"우리 큰 손자는 6학년이 되는데 나보다 키가 커."
손주 이야기는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지만, 들을 땐 모두 신나서 맞장구를 쳐준다. 다섯 명이 모두 할머니라 손주 이야기를 돌아가며 하다 보면 손주 육아에 대해 배울 점도 많다. 손주 이야기는 해도 해도 즐겁다.
손주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으로는 부모님 안부를 묻는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친구 두 명만 친정엄마가 96세, 97세다. 인지도 문제없으시고 건강하시다니 두 분 다 120세까지 사실 것 같다며 다들 부러워하였다. 12시에 만나 식사하고 카페에서 차 마시며 4시까지 수다 떨다 헤어지며 다들 아쉬워하는 이런 모임은 오래 유지하고 싶다.
계속 유지하고 싶은 다른 모임 하나도 모두 선생님들 모임이다. 2009년에 2학년 같은 학년을 하였던 선생님들이다. 학교가 작아서 2학년이 네 반이었는데 나는 2학년 부장이었다. 나이도 모두 50대였고, 마음도 맞아서 수업 후에 매일 모여서 교육과정을 협의하며 1년을 즐겁게 잘 보냈다.
다음 해에 가장 나이 많은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옮기시며 모임을 만들었으니 16년이 된 모임이다. 분기별로 한 번씩 만나지만, 단톡방에서도 늘 서로 소식을 전하는 모임이다. 한 분이 충북에 내려가셔서 전원생활을 하시는데 남편분이 조금 아프셔서 서울에 자주 올라오지 못하시기에 요즘은 선생님께서 병원 정기 검진 등 서울에 올라오시는 날에 약속해서 만난다.
이 모임 역시 늘 기다려지는 모임이다. 만나면 늘 즐겁다. 나이 드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저속 노화 방법 중 하나다. 만나서 좋은 정보도 나누고 사는 이야기를 하며 몇 시간을 보내고 와도 피곤하지 않다. 헤어지며 다음 모임이 기다려지는 이 만남도 오래 유지하고 싶다.
새해 들어 집 정리하며 물건도 줄였다. 작년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사용하지 않은 물건도 정리했다. 옷장에 여유가 생기고 정신없던 붙박이장에도 공간이 생겼다. 왠지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 것 같다. 거기다 '마음' 다이어트로 관계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올해 다짐했던 것 첫 번째가 '욕심부리지 말자'였다. 올해는 물건도 돈도 사람에도 욕심부리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살고 싶다. 새해에 새로운 다짐을 하는 1월 마지막 날이다. 1월이 언제 지나갔는지 아쉽다. 모임을 정리하고 '관계'를 정리하니 남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결국 오래 함께 할 사람은 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 다이어트, '마음' 다이어트가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잘 자키리라 다짐해 본다.
*브런치 작가님들 새로운 달 2월에도 즐겁게 글 쓰시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주말에 쌍둥이 손자 육아로 댓글창은 닫아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