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 뒤통수엔 땜빵자국이 있다

요즘도 나는 가끔 숨죽여 웁니다

by 예원

머리에 전기가 흐른 다음날 아침이었다. 더 자고 싶었는데 성묘를 가야해서 일찍 일어났다. 아침으로 약을 먹고 졸린 눈을 비비며 현관문을 나섰다. 현관문 스토퍼를 발로 올리려는데 잘 되지 않았다. 열번 정도 시도하다가 손으로 올려야겠다 싶어 허리를 숙였다.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정신이 차차 들었을때엔 '삐-삐-삐-'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눈을 느리게 떴다 감았다 하니 흰 천장이 보였다. 도무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눈 뜰 힘도 없어 그냥 다시 눈을 감았다. 내 손을 꼭 잡은 엄마의 두 손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보진 않았지만 눈에 선명히 그러졌다. 엄만 내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숨소리엔 눈물방울이 섞여 있었다. 이윽고 엄마가 나가고 아빠가 들어왔다. 아빠는 나를 빤히 보더니 내 이마를 스윽 쓰다듬었다. 뒤돌아 가는 발걸음 소리가 무겁다. 마지막으론 내 혈육이 들어왔다. 혈육도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발걸음 소리는 가볍지만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흐른 뒤 혈육이 내게 말했다. '난 그때 네가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라고.


내용을 들어보니 이렇다. 허리를 숙인 그 순간 대발작이 왔다. 쓰러지면서 뒤통수를 그대로 스토퍼 모서리에 박았다. 뒤따라 나오던 내 혈육은 피를 철철 흘린채 쓰러져있는 날 보고 '내 동생 죽는구나'하는 생각에 심장이 내려앉았나 보다. 그날 우리가족의 목적지는 성묘지가 아닌 응급실이 되었다.

2주 뒤었나. 실밥도 풀겸 주치의를 만났다. 실밥을 풀면서 점점 실감이 났다. '아..앞으로 5년간은 약 욕량 줄이는건 꿈도 못꾸겠구나...'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우리 엄마.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우리 엄마의 마음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속상하시겠어요.'

주치의 선생님이 말했다. 겨우 참고 있는데 눈물이 검은자 위로 한 층 더 쌓였다. 더 있다간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한 뒤 나왔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내내 우리 엄마 마음이 떠올랐다. 거의 뭐 정신의 반은 허공에 있었다. 버스 맨 뒷자리 앞의 앞 자리에 앉았다. 그쯤이면 기사아저씨 눈에 안 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닦고 닦아도 멈추질 않았다. 고장난 수도꼭지 마냥 내 눈물샘도 고장이 났다.

지금도 그 눈물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지금껏 노력한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허탈함과, 내가 남들과 어느 한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다르다는 자각. 그 모든 것이 섞인 눈물이었다. 그냥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뒤통수에 거즈를 붙이고 다니는동안 사람들에게 설명하는게 참 난해했다. 뒤로 넘어지는게 흔한 일은 아니니 말이다. '계단에서 굴렀어요'라고 하면 열 중 아홉은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구르냐'라고 답했다. 그래서 나중엔 그냥 '술먹다 굴렀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 더는 추가 질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난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 나는 잠시 주정뱅이가 되었지만 어차피 내 거짓말은 사람들 기억 속에 남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남는 것은 내 뒤통수에 있는 땜빵자국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