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이 흔들린 날

요즘도 나는 가끔 숨죽여 웁니다

by 예원


나는 뇌전증 환자다. 약을 16년째 먹고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나는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6년이 지난 시간동안 약을 먹고있다.


때는 13살 겨울이었다. 여느날과 똑같이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설때였다. 당시 살던 집에는 현관문 앞에 미닫이 문이 있었다. 미닫이 문을 지날 때까진 별 다를게 없었다.


현관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뻣었을 때였다. 팔을 쭉 편 이후엔 내 관절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몇 초 뒤 몸이 미친듯이 떨렸다. 겉잡을 수 없이, 마치 내 몸에 지진이 난 것처럼 떨렸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뜨기까지의 기억은 전혀 없다.


생각해보니 뇌전증의 신호는 쓰러지기 이전부터 꽤 있었다. 나는 일상생활을 할 때 손이 자주 떨렸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찰나의 순간 손이 떨렸고 2초 남짓한 그 시간엔 어떠한 의식이나 인지도 없었다. (2초 동안 필름이 끊긴거라 생각하면 쉽다) 엄마에게 '엄마, 나 손이 자꾸 떨린다?'라고 말한 적도 있었는데, 엄마나 나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직전 깜빡이는 초록불처럼 작은 움직임들은 내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냈었다. 조금 일찍 눈치챘다면 내 10대 시절은 파란불이 될 수 있었을까.


아프다는건 꽤나 고된 일이다. 그 크기가 작건 크건, 남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은 가슴에 큰 돌덩이를 하나 더 얹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그 무게가 벅차 어린날의 나는 참 많이 울었다. 다행히도 나이가 먹으면서 몸과 마음엔 '성장'이라는 근육이 붙었다. 나늘 나를 통해, 가끔은 타인을 통해 내 어린날의 상처들을 치유받았고 받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내 안의 분노인지 서러움인지 모를 그 어떤게 불쑥 튀어나와 날 집어삼킬때가 있다. 그럴땐 10년전의 내가 그랬듯 음소거를 한 채로 울어버린다.


그렇다. 고백하기 챙피하지만 나는 요즘도 가끔 숨죽여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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