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예찬자

오름 프롤로그

by 민작가

육지에서 제주로 지인들이 놀러 올 경우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어디가면 좋을까?” “어디갈 데 추천해줘.” 그럴 때마다 나는 오름을 꼭 추천한다.

2년 전부터 제주를 왔다갔다하며 오름 맛을 알게 되었다. 20여분의 짧지만 다리통을 쥐어짜는 고통 뒤에 오는 짜릿한 성취감과 시원한 광활함을 맛 볼 수 있는 오름이 제주에는 330여개나 된다. 지난해 2월에 입도하자마자 세운 목표가 가능한 많은 오름을 열심히 다녀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름이나 올레길은 인적이 드문지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가 힘드니 혼자 다니기에는 무리다. 뱀이나 들개가 출현하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는 등 몇 번만 다녀 봐도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날이 풀릴 봄 무렵, 오름을 함께 다닐 회원들을 맘카페를 통해 모집하였다. 체력을 고려하여 비슷한 연령대 여성들을 모으다보니 회원들이 초중등 아이들을 둔 엄마들로 모임이 결성되었다. 엄마들 자유시간이 평일 오전에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 ‘오름올래’ 모임은 결성 이래로 매주 목요일 오전에 꾸준히 오름과 올레를 오르내리고 있다.


6개월동안 일주일에 한두번 밖에 안 걸었는데도 체력이 단련되고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장담하건데 출산 이후로 지금 가장 건강하다. 신랑과 가족들은 과거에 내가 얼마나 약골이고 자주 아팠는 지를 옆에서 많이 보아왔기에 잘 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기를 제주에서 지내는 내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고 한다. 나는 이 영광을 ‘오름’에게 돌리고 싶다.

내 경험상 평지 1시간을 걷는 것보다 오르막 30분 걷는 것이 운동량이 더 많다. 대부분의 오름은 경사도가 30~60도 정도인 경사로가 있어서 러닝머신에서 경험하기 힘든 운동 효과를 맛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하체가 튼튼해야 한다는데 오르막을 오를 때마다 허벅지가 두툼해지는 게 눈에 보인다. 결혼 11년차되니 신랑보다 나의 허벅지가 더 단단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식단조절까지 겸하면 체중감량에도 효과만점이다. 어쩌다보니 오름다니는 날 빼고는 운동을 잘 못하는데 2년차인 지금 6kg이나 감량하여 몸은 더 가볍고 체력은 더 좋아졌다. 또한 삼나무나 편백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숲이 있는 오름도 많다. 나도 모르게 이런 숲을 지날 때에는 심호흡을 하게 된다. 신선한 공기를 듬뿍마시며 산림욕을 하는 건 당연지사다.


신체 건강 외에 정신 건강은 말해 무엇하랴. 걷는 동안 마음 속 머리 속 잡생각은 먼지처럼 날아가고 정상을 정복했을 때 자기효능감과 성취감이 나를 정복한다. 이걸 매주 반복한다고 생각해보자. 우울감이 내 속에 자리잡기도 전에 저 바다 속으로 빠져 나갈 것이다.


새로운 오름을 갈 때에는 항상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어떨까? 어떤 풍경을 품고 있을까? 정상은 어떤 뷰를 볼 수 있을까? 노루를 볼 수 있을까? 길은 잘 되어 있을까? 헤매지는 않겠지?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까? 등등 많은 질문거리를 품게 된다. 이 질문 속에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나의 뇌를 깨우고 영혼을 살찌우게 한다. 그래서 더 살아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오름 예찬자로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오름 혹은 뒷동산에라도 첫 발을 디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