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제주도에 뭐하러 가나요? 4편_꽃잔치>

동백꽃과 유채꽃

by 민작가




겨울에 제주에 보면 특히나 길거리에서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알록달록 꽃들이다. 봄여름가을은 육지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꽃이니 이질감이 들지 않는데 겨울에는 매서운 시베리아바람이 닿지 않는 제주 서귀포에서는 꽃이 더욱 도드라진다. 12월에 도로가에 나팔꽃을 심기도 하고 유채밭에는 12월부터 노란 봉오리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단연 가장 아름다운 꽃은 동백꽃이 아닐까싶다.


이르면 11월부터 진한 핑크, 자주색을 띈 동백들이 제주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드문드문 어느 담벼락에 피어있는 동백도 아름답지만 동백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도로를 거닐 때도 나름의 멋이 있고, 여러 동백나무들이 모인 군락지에 가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서귀포 남원 위미리에 가면 동백 군락지가 있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동백수목원들도 몇 군데 있다. 군락지에서는 다양한 동백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백은 진빨강색을 띈 커다란 한 떨기꽃이지만 제주는 겹동백이 많다. 핑크빛을 띄고 장미처럼 꽃잎이 겹겹이 수술을 둘러싸고 있어 꽃이 떨어질 때에도 꽃잎이 사방에 흩어진다. 바로 이 점때문에 군락지의 또다른 중의 하나가 무수한 동백꽃잎들이 떨어져 바닥을 핑크빛 레드카펫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그런데 겨울에 눈이 내리면 꽃이 다 떨어지지 않을까? 눈이 내린다면 더없이 좋은 눈요기를 할 수 있다. 핑크 꽃 나무 위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경관을 맞이할 드문 기회이다. 제주 서귀포는 눈이 내려도 따뜻한 기온때문에 금방 녹기에 여전히 밝은 핑크빛 꽃을 볼 수 있다.


동백 외에 겨울 제주에 오면 많이 접할 수 있는 꽃이 유채꽃이다. 유채씨앗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서 번식을 잘 하기에 밭, 수풀, 도로 등등 여기저기에 유채의 노오란 봉오리들을 관찰할 수 있다. 차가운 바닷바람과 돌밭으로 가득한 황량한 겨울의 제주를 빛나게 하는 것은 유채꽃이다. 올레길을 몇 시간동안 힘겹게 걷고 있다가 밝은 유채꽃을 보며 한숨 돌리고 나면 생기가 돌고 에너지가 다시 샘솟는다. 나이가 어릴 적에는 꽃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는데 나이들면 핸드폰에 꽃사진만 가득하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년에 접어들수록 몸에 에너지는 잘 빠져나가는데 채우기는 힘들다. 저마다 활력을 채우는 요소가 있을 테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꽃 사진을 열심히 찍는 것을 보면 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임이 틀림없다. 구리구리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가장 생기가 도는 노란색 비타민을 선사하기에 유채꽃밭은 사람들에게 항상 사랑받는 명소인 듯 하다. 제주의 유채꽃 명소는 서쪽 안덕 산방산과 중문 엉덩물계곡, 동쪽 성산 광치기해변과 표선 녹산로가 있다. 유채꽃은 11월부터 4월까지 오랫동안 피는데 사실 제주도민들은 벚꽃이 한창일 때에 유채꽃과 벚꽃을 함께 보러 명소로 출동한다. 노란색과 핑크색이 만발한 광경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다.


동백과 유채꽃 외에도 많은 들꽃들이 여기저기 즐비한 곳이 신비의 섬 제주이다. 겨울에 혹한의 바람과 우울한 날씨가 견디기 힘들다면 제주에 꽃구경을 오면 어떨까. 밝은 기운과 에너지를 채워 남은 한 계절을 무사히 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