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 데이
나의 음악적 지주인 신해철 노래의 한 부분.
1990년대 초반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아이가 도대체 뭘 알고 신해철을 그리 좋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들어 다시 듣는 그의 노래는
마치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은 어린 왕자같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깊고 세련됐으며 그에 반비례하게 덧이 참 없다.
특히 재즈카페를 시작하는 저 부분은
분명 신해철이 그런 생각으로 지은 노래가 아니란 걸 알지만
마치 달기도 쓰기도 하고 가볍기도 또 로맨틱하기도 했던
그러나 결실 없는 나의 연애사 같달까.
나는 연애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여러 사람을 경험하는 것도 별로 재미가 없다.
사실 어느 편인가 하면 좀 귀찮다.
나 INFJ의 인간관계는 좁고 깊은 편이며
사랑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던 때부터
그냥 한 사람을 만나서 아껴주고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었다.
그런데 잘 안됐다 그게.
성인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나는 세 번의 연애를 했고
모두 마감을 했으며
그 외에 수 많은 유/무의미한 만남을 거쳐서
지금 내 곁에는 나와 영원을 약속한 사람은 없다.
특히 서른이 넘은 후 내 연애를 위한 주변인들의 노력은 눈물겨웠는데
나의 친구들 그리고 엄마의 지인들까지 동원 되어 지금까지 100+명의 사람을 소개받았고
그 중에 사귀어 본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나의 망한 소개팅과 러브스토리는 참으로 웃프다.
외모야 그렇다 쳐도 큰 목소리에 저급한 대화가 너무 창피해서
옆 테이블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민망해 뛰쳐나가고 싶었던 어떤 소개팅.
학교에서 어떤 사람과 마음이 맞아 만나 보려 하던 중에
나와 친하던 남자 후배가 그 사람을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을 알았던 일.
친구가 최악의 소개팅 이야기를 나에게 공유하던 중
그 자가 나의 최악의 소개팅 중에도 하나였던 자라는 걸 깨닫고 둘이 눈물나게 웃었던 그 때.
그러고 보면
쳇,
이게 다 그 사람 때문이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내가 찾는 그 한 사람.
비혼주의도 아닌 나는 도대체 어떻게 이 나이까지
외로움에 미쳐서 아무한테나 시집도 못 가고.
내 걱정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엄마를 보면
천성적으로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이 미울 지경이다.
내 인생에 이제 평생 함께 하고픈 사람을 만날 그 확률은 마치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 데이
다시 한번 이 가사에
내가 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커피, 산책, 그리고 영혼의 안식처
이런 키워드가 더해져도 부자연스럽지 않게 읽혀질 정도의 확률일까.
이 밤~ (일단 아이유 목소리로)
스케쥴 되어 있는 또 하나의 소개팅을 생각하며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