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 Oct 17. 2023

수학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

공부하는 엄마, 공부하는 아이

“00 이는 수학을 못한데요.”

“초등수학,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되는 거죠.”

“아니에요. 애가 수학할 때 눈빛이 멍하데요. 걔는 수학머리가 없는 것 같아요”


이 대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말하는 이의 생각이다. 이 사람은 이미 아이의 가능성에 대한 것을 부인하고 있으며 못하는 것에 집중해서 그것이 진실인양 말한다. 이제 10살밖에 안 된 아이지만 수학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가 눈빛이 멍하다’는 말은 집중을 못 한다는 말일 수 있고, 수학에 흥미가 없다는 것이 사실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누가 단정하는가. 우리의 그런 시선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나도 아이들의 공부에 대해 고민이 많은 엄마다. 덧셈 뺄셈을 가르치며 애를 먹어 내 아이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엄마표로 수학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매 순간이 나에게는 시련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수학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냥 잘할 수는 없다. 수학이라는 과목을 잘하려면 눈 보이지 않는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탐구하는 자세까지 필요하다.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가 마음속으로는 이미 스스로가 수포자일 것이다. 하지만 내 아이의 수학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면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의 우리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가?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기다림이다. 사실 덧셈 뺄을 못하는 어른이 없듯이 익숙해지면 쉬워지는 것이 수학이기도 하다. 아이가 어려워할 때 한 문제 한 문제를 조금은 더 생각하게 도와주고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서 한번 더 복습하게 해주는 노력. 그리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마음이 먼저다. 엄마가 그 과목을 어떤 태로로 대하는가와 우리 아이들이 그 과목을 대하는 태도는 연결되어있다.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면 아이도 스스로를 포기한다. 엄마도 포기했는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고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부모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마표로 질질 끌다가 오히려 아이가 진도가 느려 나중에 공부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나와 사이만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봐줄 만한 수준이고, 아이가 스스로 공부 독립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학원의 도움은 미루고 곁에서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하다가 정말 막히는 순간이 와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선생님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퇴근길에 아이들과 저녁공부 생각하며 매일 다짐하는 은, ‘다정하게 말해 주어야지. 아이들이 나 때문에 공부가 싫지 않게 해 주어야지’이다. 하지만 아이를 만나면 언제 다짐했냐는 듯 내 목소리는 평소의 몇 배나 커지고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온다. 내 모습을 보면 참 한심하고 이러면서 엄마표를 하겠다고 설치고 있나 싶다가도 포기하기는 이르다고 스스로를 달랜다. 아직은 내가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니 집에서 조금은 더 해보기로 결정한다. 그래도 몇년을 지속하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나의 태도도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나도 성장하는 중이다.


학원을 보내더라도 내 아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무장하고 아이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초등학교 수학부터 아이가 포기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아직 시작도 안 한 아이를 판단하고 포기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은 어른들이 할 일은 아니다. 실제 아이가 포기하더라도 부모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일과 육아에 지쳐 엄마표를 포기하고 싶은 내 마음도 다시 한번 다잡아 본다.

작가의 이전글 드디어! 용눈이 오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