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수술의 자동화가 느린 이유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가 병목이다

by 최인준

앞선 글에서 AI에 의한 의사의 대체를 세 개의 병목과 하나의 조절변수로 분석했고, 그 대체의 실질적 주도력이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보험사-기술 복합체에서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AI가 가장 늦게 대체할 영역"으로 꼽는 외과 수술을 다룹니다. 직관적으로 맞는 것 같은 이 판단이, 정확히 어떤 구조적 이유 때문에 맞는 것인지를 분해해봅니다.



0. 자율주행이 가르쳐주는 것


2010년대 초반,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도로 위의 변수가 너무 많고, 보행자와 날씨와 돌발 상황을 기계가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카메라와 신경망과 AI 학습으로 이를 돌파했다.


물론 운전과 외과 수술은 난이도, 책임, 윤리적 차원에서 비교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의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기술적 불가능성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어렵다"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외과 수술은 절대 자동화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려면, 왜 안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보자. 외과 수술 AI의 진짜 병목은 무엇인가?



1. 두 축의 데이터


외과 수술을 AI가 학습하려면, 두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첫 번째 축은 수술 행동 데이터이다. 수술 영상, 기구의 움직임, 시간 흐름에 따른 단계 변화, 조직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보여주는 데이터이다. 현재 이 축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플레이어는 Intuitive Surgical이다. 로봇 수술의 선두주자로서, da Vinci 시스템을 통해 수술 영상과 기구의 운동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약 315만 건의 da Vinci 수술이 시행되었고, 누적으로는 약 1,700만 건에 달한다. 최신 da Vinci 5 시스템은 이전 모델 대비 1만 배의 연산 능력을 탑재하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수술 성과 분석과 실시간 피드백 기능을 이미 제공하고 있다. Intuitive는 현재 전 세계 200명 이상의 외과의와 협력하여 실제 수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두 번째 축은 수술 결과 데이터이다. 합병증 발생 여부, 재수술률, 장기 생존율, 총 의료비.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를 보여주는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는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다룬 UNH-Optum이 대표적인 예시인데, 구조화된 보험 청구 데이터, 환자 가입 정보, 약 처방 데이터, 소속 의사들을 통한 진료 기록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비유하면 이렇다. Intuitive Surgical은 차량에 달린 카메라 영상과 운전 행동 로그를 가지고 있고, UNH-Optum은 사고 결과 데이터와 장기 추적 기록을 가지고 있다. Tesla의 경우 이 두 축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 통합되어 있었다. 운전자가 Tesla를 몰면서 행동 데이터를 생성하고, 사고가 나면 그 결과 데이터도 Tesla에 귀속된다. 그래서 "이렇게 운전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를 직접 연결할 수 있었다.


외과 수술에서는 이 두 축이 분리되어 있다. 이것이 핵심 병목이다.



2. 구조적 분절


외과 수술 AI의 핵심 문제는 로봇 팔의 정밀도가 아니다. AI 알고리즘의 성능도 아니다. "행동 데이터와 결과 데이터가 동일한 플랫폼 안에서 환자 단위로 정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구조적 분절에 있다.


왜 연결이 안 되는가. 수술 영상은 환자의 개인정보이므로 환자 동의가 필수적이고, 병원과 보험사 간 데이터 공유에는 엄격한 법적 규제가 적용되며, 각국의 의료 데이터 보호법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환자의 해부학적 변이, 질환 단계의 차이, 집도의의 차이, 병원별 프로토콜의 차이를 충분히 커버하려면 방대한 양의 다양한 수술 영상이 필요한데, 도로 위의 차량 대수와 비교하면 수술 건수는 극히 적다. 연간 수백만 건 수준의 로봇 수술 데이터 조차 자율주행 차량들이 일상적으로 생성하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 분절이 해결되려면, 한 가지 가정과 한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가정 : Intuitive Surgical 같은 장비 회사의 행동 데이터와 UNH-Optum 같은 보험사의 결과 데이터가, 환자 단위로 정합되어 하나의 학습 데이터셋으로 분석될 수 있어야 한다.
전략 : 자율주행처럼 "완전 자동화"로 곧장 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점진적으로 도입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능력을 확장하는 경로를 밟는 것이다.



3. 점진적 도입의 다섯 단계


이 전략은 구체적으로 다섯 단계의 경로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1단계: 술기 분석 AI

수술 영상을 분석하여 술기를 평가하고, 외과의에게 트레이닝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단계는 행동 데이터만으로도 가능하며, Intuitive의 Case Insights가 이미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AI가 기구의 움직임과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외과의의 성과 분석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2단계: 실시간 위험 경고 시스템

수술 중 예상치 못한 출혈이나 조직 손상의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한다. 행동 데이터에 더해 부분적인 결과 데이터가 필요해지기 시작한다.


3단계: 술기 최적화 추천

최적의 절개 경로, 봉합 시점, 기구 선택을 추천한다. 이 단계부터 대규모의 통합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 해부학적 구조에서 이 기구로 이 각도로 접근했을 때 합병증률이 가장 낮았다"는 분석은, 행동 데이터와 결과 데이터가 연결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4단계: 반자동 수술 모듈

봉합이나 절개 경로 추적 같은 제한된 하위 작업의 자동화이다. 실제로 연구 수준에서 돼지 장을 대상으로 장문합 봉합을 상당 부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로봇 시스템이 개발되었으며, 봉합 간격의 균일성 등 일부 정량 지표에서는 숙련된 외과의보다 더 일관된 성능을 보인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는 아직 제한된 실험 환경에서의 성과이며, 임상 적용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다.


5단계: 제한된 조건 하의 자율 수술

특정 술식, 특정 조건에서 외과의의 개입 없이 수술을 완수하는 단계이다. 완전한 데이터 통합은 물론, 사회적 합의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전면 재편이 전제된다.


각 단계마다 병원에 도입되면서 환자의 생리적 반응을 포함한 데이터를 차곡차곡 수집한다. 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다음 단계로의 이행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축적과 기능 확장이 상호 강화하는 구조이다. 현재 FDA가 승인한 수술 로봇 대부분은 자율성 분류 체계에서 기본 보조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하위 작업 자동화나 조건부 자율에 해당하는 시스템은 극소수이다. 그리고 조건부 자율까지 도달한 시스템들은 대부분 정형외과, 치과 같은 경조직 도메인에 집중되어 있고, 연조직 수술에서의 자율성은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4. 시술은 다르다 — 이중 분절과 경제적 비합리성


같은 논리를 시술에 적용하면 더 어려운 그림이 나온다.


수술의 경우 Intuitive Surgical이라는 명확한 플랫폼이 있어서 행동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집중되어 있다. 시술은 그렇지 않다. 내시경은 Olympus, 초음파 가이드 시술은 GE와 Philips, 레이저는 또 다른 회사들. 시술 장비가 파편화되어 있어서 행동 데이터 자체가 여러 회사에 분산되어 있다. 중심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시술 자동화의 병목은 이중 분절이다. 첫 번째 분절은 장비 간 분절이다. 행동 데이터 자체가 여러 회사에 흩어져 있다. 두 번째 분절은 수술과 동일한 행동-결과 간 분절이다. 수술은 두 번째 분절만 해결하면 되지만, 시술은 둘 다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경제적 비합리성이 있다. 수술과 달리, 많은 시술은 상대적으로 짧고(수분에서 수십 분), 빈도가 높으며, 의사 한 명이 하루에 다수를 처리할 수 있다. 의사에게 들어가는 인건비가 수술에 비하면 극히 낮다. 반면 시술 로봇을 만들려면, 수많은 시술 종류마다 다른 로봇을 개발해야 하고, 각각의 개발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로봇이 시술에서 실패하거나 부작용을 일으켰을 때의 책임 비용도 문제이다. 저비용 시술에 고비용 리스크를 얹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도 굳이 이 리스크를 떠안을 경제적 동기가 약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수술 자동화의 병목은 "행동 데이터와 결과 데이터의 분절"이라는 하나의 구조적 문제이다. 시술 자동화의 병목은 "장비 간 분절 + 행동-결과 간 분절 + 경제적 비합리성"이라는 세 겹의 장벽이다. 시술에서 인간 의사가 더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이다.



5. 결론: 구조를 보는 눈


외과 수술 AI의 미래를 논할 때, 대부분의 담론은 "로봇 팔이 충분히 정밀해지면 가능할 것이다" 혹은 "외과 수술은 절대 대체되지 않는다"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오간다. 둘 다 구조를 보지 않는다.


구조를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의 분절이고, 분절이 해결되는 속도는 규제와 기업 간 협력 구조에 달려 있다. 자동화의 경로는 한 번에 오는 혁명이 아니라 다섯 단계의 점진적 도입이며, 시술과 수술은 분절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


앞선 글들에서 "의사의 미래는 대체되는가가 아니라, 대체되는 속도와 그 속도가 만드는 윈도우 안에서 무엇을 확보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외과 수술에서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데이터 분절이라는 구조적 장벽은 외과의에게 다른 영역의 의사보다 더 긴 윈도우를 준다. 그러나 그 윈도우가 영구적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자율주행의 교훈이 반복된다. "불가능하다"는 합의가 깨지는 데 걸린 시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짧았다.


외과 수술 AI의 병목은 로봇 손의 한계가 아니라 데이터의 분절이고, 외과의의 미래는 그 분절이 해결되는 속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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