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이유 3
무엇보다도 가장,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첫 화의 10분 안 되는 시간 안에 이 작품이 주는 카리스마다.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여자가
죽음을 결심한 순간,
우연히 연결된 라디오에서 남자가 말한다.
"고마워요, 살아있어 줘서.
이렇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할 거예요,
곁에 있는 사람은.
그러니까,
오늘은
살아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까.
내일은 비가 온대요.
그럼,
그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또 살아봐요.
그러다 보면 언젠간
사는 게 괜찮아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과 집착이 아니라,
잔잔한 일상의 언어가 주는 담담한 톤이
더 처절하게 여자를 눈물 흘리게 한다.
작품의 내용이 농축된 음악 '소나기'와 함께 나오는 이 장면은
정말 중요한 장면이자
큰 인상을 주는 인트로가 아닐 수 없다.
여주인공은 이 말에 다시 살 결심을 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을 다시 살게 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건 여주인공이었다.
남자로 인해 살게 된 여자는 남자를 살게 하지 못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렸을까.
작품의 모든 여행과 서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을 결심을 했던 여주인공의 생에 대한 간절함과 감사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늘 바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감사함을 잊은 채, 때로는 중요한 걸 잊은 채.
선재의 말에는 힘이 있다.
그 어떤 위치나 상황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 있다는 것,
곁에 가족이 있다는 것,
힘들고 고단하지만 언젠가 괜찮아지리라는 희망이 있다는 것.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선재야... 고마워
우리에게 와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