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이 만들어 낸 맛
토론토에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음식을 만나게 된다. 특히 ‘Hakka’라는 이름이 붙은 중식당이나, 자메이카 음식과 중국 요리가 나란히 적혀 있는 식당 간판을 보면 그 정체가 궁금해진다. 처음엔 ‘Hakka’가 중국의 객가(客家) 요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곳 토론토에서 ‘Hakka 음식’은 조금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대부분의 토론토식 Hakka 음식은 인도-중국 퓨전 요리에 가깝다. 칠리 치킨, 만추리안 누들, 스파이시 비프 등은 한국, 일본, 심지어 중국 본토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메뉴다. 오히려 인도 남부나 방글라데시에서 이민 온 사람들에게 익숙한, 향신료 강한 중국풍 요리다. 실제로 이런 식당 대부분은 인도계가 운영하며, 인도식 중국요리라는 장르를 토론토에서 하나의 음식 카테고리로 정착시켰다.
이 장르를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가 바로 Hakka Legend다. GTA 전역에 여러 지점이 있고, 노스욕, 마컴, 리치몬드힐 등 교외 지역 한인 밀집 지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 대비 양이 많고, 매운맛이 어느 정도 있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편이다.
Hakka Legend에서는 단연 Dry Chili Chicken이 인기다. 바삭하게 튀긴 닭에 매콤한 간장 베이스 소스가 어우러져 있고, 인도풍 고수 향이 은은하게 감돌기도 한다. 함께 나오는 Hakka Noodles는 볶음우동과 라면 사이 어딘가의 식감이며, 종종 손님들은 중국 요리를 기대했다가 “뭐지?” 하고 놀라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중독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 음식이 사실상 중국 + 인도 + 캐나다의 퓨전이라는 점이다.
한편, 자메이카 요리와 중식이 함께 적힌 메뉴판도 종종 볼 수 있다. 단순히 두 가지 음식을 병행해서 파는 게 아니라, 두 문화가 이민자의 삶 속에서 한솥밥으로 섞인 결과라는 걸 알게 되면 흥미롭다. 자메이카에는 19세기부터 정착한 중국계 디아스포라가 있으며, 그들의 후손이 캐나다로 이민 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자메이카의 향신료와 중국 요리법이 한데 어우러진 요리들이 탄생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노스욕 쪽의 한 소규모 식당이었다. 점심 특선으로는 jerk chicken과 lo mein이 같이 나왔고, 한쪽 벽에는 주인의 할머니가 자메이카에서 운영하던 식당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곳에서 먹은 중국식 칠리 비프는 확실히 자메이카 pimento와 간장, 굴소스가 뒤섞인 풍미였다.
이민은 단순히 국적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기억과 습관, 입맛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토론토의 Hakka 음식이나 자메이카-차이나 요리는 바로 그런 혼종성과 탄력성을 보여준다. "진짜 중국 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진짜 토론토 음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