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편의점의 추억과 이누키

캐나다와 일본, 자영업 문화의 차이

by 쿨파스


토론토에서 우리 부모님은, 1990년대 한인 이민자들 대부분이 그랬듯 자영업에 종사하셨고,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업종인 편의점을 7년간 운영하셨다. 당시 영어가 큰 장벽이었던 이민자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한인 편의점을 권리금을 주고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물품은 KBA(한인 비즈니스 협회)에서 운영하는 도매상을 통해 담배, 음료, 가공식품 등을 들여오고, 화훼류나 잡지 같은 품목은 각기 다른 외부 도매업자를 통해 조달했다.


이런 편의점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새로 창업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운영되던 가게를 매물로 내놓고, 구매자가 매상과 비용 등 운영 상태를 확인한 후 권리금을 지불하고 인수하는 구조였다. 캐나다의 부동산 매물 광고에는 주택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매매 정보도 포함되어 있어, 편의점은 물론 음식점, 커피숍, 세탁소, 미용실, 자동차 정비소, 펫 샵 등 다양한 업종이 거래된다. 우리 가족도 편의점 외에 세탁소, 비디오 렌털 샵, 샌드위치 가게 등 여러 비즈니스를 검토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이민자들이 기존의 스몰 비즈니스를 인수하여 이민 생활의 기반을 다져 나갔다.


그런데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에는 이렇게 개인 상점을 사고파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다. 전통적으로 가업은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만약 물려줄 자식이 없거나 자식이 가업 승계를 거부하면, 다른 사람에게 사업체 자체를 권리금 형태로 넘기는 문화가 거의 없다.


사업이 성공하여 법인화되고 주식시장에 상장할 정도의 규모가 되지 않는 한,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은 창업자가 은퇴하는 시점에 그대로 폐업하게 된다. 이런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일본 지방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창업자의 고령화와 함께 사라지고, 이것이 곧 일본 지방 산업이 쇠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식당이나 미용실 같은 소규모 자영업조차, 기존 가게의 이름이나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운영자가 이어받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예외적으로, 동일 업종의 가게가 동일한 장소에 새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를 일본에서는 **'이누키(居抜き)'**라고 부른다. 이전 점포가 폐업하면서 남긴 집기류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다음 운영자가 인수하여, 신규 창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 그룹도 이누키 전략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폐업한 편의점이나 주류 판매점의 기존 설비와 인프라를 그대로 인수하여, '마이 바스켓'이나 '아코레' 같은 도시형 소형 슈퍼마켓이나 할인 마트를 열어 성공시킨 것이다.


이누키로 입주한 점포가 이전 업종과 달라 색다른 분위기를 내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초밥집이었던 자리에 오키나와 요릿집이 들어섰는데, 인테리어는 여전히 초밥집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묘한 이질감을 주기도 했다. 어떤 곳은 폐업한 주유소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었다.


결국, 작은 비즈니스라도 그 자체가 재산이 되어 제3자에게 넘겨질 수 있는 캐나다와, 실패한 비즈니스에서 남은 집기 정도만 인계되는 일본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고 보면 일본이 주택 시장에서도 신축 선호가 강하고, 중고 주택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다는 점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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