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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디 Apr 18. 2023

비 갠 뒤 하늘

Seokchon Lake, Seoul


아침부터 아팠다. 밤새 끙끙 앓는 꿈을 꿨는데 눈을 뜨니 정말로 온몸이 불덩이 었다. 정확히는 스스로 불덩이라고 느끼진 못했고 어젯밤 목감기가 기어이 몸살이 되었구나 확신할 수 있는 정도였다.

몸이 으슬거리고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집 앞 병원을 가는 일도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일 수업을 가야 하는 선생님이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병원에 가야 했다.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서 병원 대기실에 앉고 나니 한결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혹시 몰라 코로나 검사도 검사받고, 음성 결과와 약을 받고서 아침을 먹으니 다 나은 듯 기운이 났다. 약봉지는 뜯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비는 그쳤고 하늘은 개었다. 며칠을 굳게 닫았던 창문을 열었다. 홀로 고군분투하던 공기청정기도 쉬게 두었다. 잠이 계속 오는 게 신기할 정도로 허기가 지면 남은 죽을 먹고, 요기거리로 사 온 빵을 하나씩 집어먹고 양치만 하면 따뜻하게 데워놓은 침대에서 하염없이 잠에 들었다. 못 잔 잠을 몰아서 자듯이 단잠을 자고 나니 하늘이 개어 있었다. 이런 날이면 역시 날씨는 변덕쟁이다. 그래서 좋다.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다. 결국 구름처럼 다 흘러가버린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도 아름답지만 조각구름 몇 점 떠있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은가.


기회만 되면 집 밖에 나오는 나는 아무래도 밖순이다.

매일같이 단 몇 시간 있는 수업인데도 그간 부담이 되었나 보다. 이렇게 환기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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