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시대인데 여전히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내가 생각하는 성차별
요즘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러면서 접하게 된 유투브 영상 '맥심 모델 vs (전)페미당당 활동가에게 친해져보라고 했다' 을 보고 내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성차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작성하게 된 글!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능력있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도 기본적으로는 능력주의에 동의하는 바이다. 나도 좋은 성적을 받고 능력적으로 뒤쳐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받아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성과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을 생각하지, 그 사람의 성별을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구조적으로 기득권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사회가 인정해주는 '가치', '자본'을 이미 많이 가진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 자본을 다시 얻을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 즉 부의 재생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득권은 돈이 많은 부유층이 될 수 있다. 돈이 많기 때문에 그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고, 수차례 재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확률이 높으며, 진학/취업을 할 때에도 양질의 컨설팅이나 재정적 부담이 없이 재도전의 기회가 많아 성공의 확률이 높다는 것을 예시로 생각해볼 수 있다. 반면 충분한 재정을 갖추지 못한 사람의 경우, 정말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탁월하여 기회를 한번에 얻지 못하는 한 재도전의 기회나 양질의 도움을 쉬이 살 수 없기에 사회가 정의한 '성공'에 대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이와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성별의 차이가 제공하는 부 축적의 기회는 확실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소수자들이 끊임 없이 목소리를 내었기에, 더 이상 성소수자를 이상치로 치부하기 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맞는 것 같다. 논점의 전개를 위해 생물학적 성별의 남성과 여성으로 한정하여 이야기하자면, 여성들도 능력이 있으면 사회에 진출하여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사회에 많이 갖추어진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는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여성에게 기회를 지속적으로 챙겨주는 것이 역차별이라고 느낄 여지도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 안될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남성 위주로 돌아가던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남성들이 다시금 그 기회를 갖기보다 여성이 그 기회를 가지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다. 여성, 남성의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된 남녀 비율 차이를 제외하고, 능력주의 시대라면 응당 높은 자리에서 의사결정권을 갖는 고위관직에서의 남녀 비율이 동등한가에 대해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렇게 남성의 권력 세습이 성차별적 사고에 의해 고의적으로 기반한다기 보다는 뿌리 깊은 사회구조적 장치에 의한 선택일 수 있고, 그렇기에 그런 차이점에 대해 자꾸만 의식적으로 고민하고 발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별 차이로 학습의 기회가 제한되거나 자녀의 대우가 달라지는 시대로부터는 확실히 변화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잘하고 능력이 좋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취업 이후 승진을 통해 고위권력을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이 변화하는 시대가 아직은 닿지 않은 영역이라 여전히 남성 비율이 높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유리장벽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지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추상적인 미래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현재에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성차별의 지표도 여전히 존재한다. 바로, 성 범죄에 있어서의 여성 비율 이라는 수치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희롱하고 가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쉽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 현실은, 여전히 그리고 더 날카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여성이라고 차별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남성이라도 이런 차별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차이와,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는 차별을 느끼는 정도는 한 개인이 살아오면서 겪고 배우며 갈고 닦인 섬세함의 정도에 기반할 수 있다. 매우 진보적으로 현대 사회가 틀렸으므로 모든 것을 갈아 엎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실존하는 차별에 대해 고민하고, 차별에 노출된 상대적 약자를 지원해줄 수 있는 사회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약자들이 큰 소리를 내며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도, 정말 지금 모든 것이 다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큰 소리를 내어야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고, 누가 어떤 처지에 놓이고 어떤 계급에서 태어나더라도 모두에게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모두가 조금은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