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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말

시가 있는 짧은 편지

by 조제

가을이 한창인 어느 날이었어요.
우리 동네 은행나무들이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고 작은 바람에도 노란 잎들이 후두둑 떨어지는 게 아쉽기만 한 그런 날들요.

그 어귀 어묵 파는 노점상이 하나 있는데 바람이 쌀쌀해서 따끈한 어묵 하나를 집어 베어 물고 있었어요.

그러다 무심히 핸드폰을 들었는데 시 한 편을 보게 되었어요.

천천히 읽어나가는데
첫 문장을 읽고서는 거짓말처럼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어요.
혼자 대낮에 어묵을 먹다가요.

팍팍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내던 날들이었어요.

당신이라는 그런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말들은
내 것이 아닌 것.
아득하게 먼 구름 같은 것이었죠.

그날은 대책 없이 후두둑 떨어지는
은행잎 때문이었나 봐요.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 말에 무너져버렸답니다.
혼자 어묵을 먹다가 미친 여자처럼 눈물을 후두둑 쏟고 말았어요.
스스로도 너무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모르면서요.

그날 잊고 있던,
아니 모른척하고 있던 내 마음을 봤어요.

나라도 봐줘야겠더라고요.

그렇게
시들지 않는 제 마음을 쓰고 싶어요.


ㅡ조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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