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 스테판 에셀
분노할 일에 분노할 의무
‘레지스탕스(resistance)’ 는 동사 ‘저항하다(resister)’의 명사형이다. 「분노하라」(돌베개,2011) 는 한때 레지스탕스였던 사회운동가 스테판 에셀이 93세에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노할 일을 찾아 분노하라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저항해야 한다고 외친다. ‘보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부디 그의 편을 들어주라’는 그의 말은 다른 어떤 사회운동가의 말보다 큰 울림이 있다. 그 이유는 그가 그의 신념을 평생의 삶과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인 스테판 에셀은 1917년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학업을 중단하고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활약하다가 체포되어 여러 수용소를 거친 끝에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이후 그는 인류의 인권수호와 평화정착을 위해 남은 삶을 헌신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갖고 살았다. 에셀은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유엔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를 역임했다. 퇴임 후에도 인권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운동가, 저술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 인권과 정의, 평화, 참여를 호소하는 열정적인 삶을 살다 2013년 2월 거의 한 세기에 달하는 긴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2011년에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세계의 대표적 사상가 명단에 올랐다.
그의 대표작인 이 책은 세계 35개국에서 번역되어 3500만 권이 팔려나갔고,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오큐파이 occupy) 시위와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로스 인디그나도스 los indignados) 운동 등을 촉발시켰다. 이외에 지은 책으로 『세기와의 춤』『참여하라』 『분노한 사람들에게』 등이 있다.
레지스탕스의 동기, 그것은 분노였다. 이러한 분노의 정신, 레지스탕스의 정신은 비단 그 시대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이 강물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15쪽) 특히 민주화를 위해 분노해 왔고, 부패한 정치권의 개혁을 위해 함께 촛불을 밝히며 연대와 정의를 외쳤던 한국의 독자들에게 그 정신은 더욱 가슴 뭉클하게 다가올 것이다.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같은 목소리를 가진 집단에 참여해야 한다. 에셀은 이 참여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며, 사람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 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정의롭지 못한 일이 자행되는 곳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나 나름으로 어떻게 문제해결에 참여할 것인가.’ 이 참여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55-56쪽) 따라서 자신을 행복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삶의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각자 나름의 참여 방법을 모색해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평화적 봉기여야 한다. 분노는 희망의 분노여야 한다. “폭력은 희망에 등을 돌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폭력보다는 희망을, 비폭력의 희망을 택해야 한다. 우리는 그길을 따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압제자와 피압제자 양측이, 압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34쪽)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피압제자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 역사가 기억하는 평화의 봉기는 언제나 진정으로 강했다. 지금 그러한 전쟁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글은 희망으로 전해질 것이다.
우리에겐 분노할 일에 분노할 의무가 있다. 이 혼란스럽고 불안한 사회의 파도에 휩쓸려 가기보다는 자신에게 닥치는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세상을 바꿀 작은 촛불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이 글은 희망의 불씨가 되어줄 것이다. 그가 말하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 깨어있는 시민이 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필독을 권한다.
#서평 #분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