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Mar 20. 2024

나만의 공간이 생기다

내가 갔던 대학은 기숙사는 아니지만 대학에서 관리하는 주택이 있었고 여기에 선착순으로 신청해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한 군데에 당첨이 되었다. 그래도 집인데 한국에서 보지도 못하고 구하게 된 것이 조금 걱정이었다. 한편으로는 원래 기숙사도 갈 생각이 있었기에 학교를 통해 집을 구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일주일은 엄마가 같이 오셔서 도와주셨다. 침대도 들이고 이케아에 가서 책상도 구입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접시나 수저도 정리하고 신발장으로 쓸 플라스틱 선반도 샀다. 너무나 유용했던 이케아. 그래도 아직 텅 빈 공간에 가까웠다.


조금씩 적응해 가면서 하나씩 필요한 것들을 사 왔다. 인터넷 주문을 할 때도 있고 차도 없지만 우버를 불러 이케아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케아는 꽤 멀리 있었고 나는 차도 없는 뚜벅이 유학생이었기에 큰맘 먹고 다녀온 거였다. 그래도 넓은 매장에 볼게 참 많아서 재밌긴 했다.


일단 제일 필요한 건 램프였다. 미국 집에는 따로 천장에 조명이 없었다. 벽에만 몇 개 달려 있는데 은은해서 분위기는 괜찮지만 다 켜도 한국처럼 밝지가 않다. 처음에는 정말 충격이었지만 적응해야 했다. 낮에는 햇살이 들어와서 괜찮았지만 저녁이 되면 어두웠다.


램프를 사 왔을 때는 정말 기뻤다. 나도 이제 램프 있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게 조립식으로 판매한다. 그래서일까. 하나 들일 때마다 왜 이렇게 쟁취하는 느낌인지. 램프도 설명서를 보면서 땀 흘려가며 열심히 조립했다.


가구 조립이라니. 한국에서는 잘하지 못했던 일인데 내 손으로 해가는 뿌듯함도 있었다. 램프를 침대 옆에 설치하고 화장실에서도 샤워 커튼을 달고 나니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이사를 마무리하는 느낌이었다.


집집마다 램프가 있는 게 멋으로 둔 게 아니었음을 다시 느꼈다. 왜냐면 램프 여러 개 있어야 그나마 방이 밝아진다. 처음 미국 친구네 집 갔을 때는 방에 아예 전구 하나 없이 램프도 하나 정도만 있고 자연광으로만 지내는 방도 있었다.​


내가 지내던 지역은 1950년대 지은 집들도 많고 더 오래된 집도 많았다. 정말 집에 에어컨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천장 형광등도 없는 생활.. 익숙해지다가도 한 번씩 인내심을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한 번은 조립식으로 어렵게 만든 빨래건조대가 와장창 무너지기도 했다. 물론 조립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소중하게 만들어놓은 작품(?)이 무너진듯한 좌절감과 우울감을 맛보았다. 결국 다음날 쭈그리고 앉아서 다시 했지만. 조립식 생활용품은 한 번씩 다시 해야 될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작은 가구 하나 들이기도 신중해졌다. 처음에는 참고 살자 하고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잊고 바삐 지냈다. 하지만 몇 가지는 없이 살다 보니 역시 안 되겠다 싶어 한 번씩 이케아와 아마존 쇼핑을 했다.


그 당시 에어컨이랑 접이식 식탁도 주문해 놓고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던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에어컨은 사용하지 못했고 테이블은 집 사이즈에 비해 좀 컸지만 한 번씩 밥 먹을 때 유용하게 썼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내 손으로 내 집을 꾸미는 게 꽤 뿌듯하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일상에서 작은 행복감도 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CV (Curriculum Vitae)는 어떻게 채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