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부터 소소하게 시작한 '인문학 살롱'은 벌써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문학'만으로 제한하려다가 혹시 모를 철학서나 역사서를 읽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범위를 넓혀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되었다. 도스토엡스키 '죄와 벌'을 시작으로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체홉 '단펴선',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를 지나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을 넘어가는 중이다.
혼자 읽기 싫어서 시작한 모임은 시작과 함께 하나 둘 함께 하는 분들이 모여 들고, 깊고 단단하게 고전들을 하나씩 완성하고 있다는 기쁨은 생각보다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된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역사의 질곡을 뚫고 강건하게 살아남은 고전들은 모두 그 나름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 문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 눈과 마음을 키우지 않으면 한낮 글씨들의 나열이 불과하다. 작가의 생각, 시대적 배경, 철학 사조, 때로는 작가의 성장 배경과 교육 환경까지도 작품 속에 깃든 의미로 살아 숨쉰다.
"가장 발전한 문명 사회에서도 책은 최고의 기쁨을 준다.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은 것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세계사 어디에도 태평성대가 100년 이상 지속된 순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쟁, 자연재해, 혁명, 봉기, 학살 등 혼란과 재난의 시간이 누적된 결과물이 역사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질곡의 시대를 관통한 인문 고전들을 이리 저리 자세히 살펴보는 일은 재난에 맞서는 지혜와 힘을 키우는 가장 좋은 트레이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랄프 왈도 에머스는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은 것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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