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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l Jan 02. 2023

인문학 살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소중한 퍼즐 조각을 찾아서

벌써 석 달째, '인문학 살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간절하게 원하던 고전문학 전집을 큰맘 먹고 들이고 겨우 다섯 권 읽은 자신에게 어이가 없어 강제성을 부여하고자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속도가 중요한 세상에서 천천히 읽어야 하는 고전은 외면받기에 최적입니다. 특히 문학은 쓸모없어 보입니다. 자기 계발과 처세, 경제 경영, 부동산 관련 책들 사이에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인문 고전들을 데리고 모임을 만드는 일은 모험이었습니다.


지인들의 작은 모임처럼 꾸며졌다가 이제는 제법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이 계십니다(인스타 인친이 아닌 전혀 모르는 분들이 작은 소문을 타고 오십니다). 한 권씩 함께 읽는 힘은 대단해서, 혼자서는 도무지 시작조차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책들이 한 달이면 완독의 경지에 이르는 기적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료 독서 모임도 많은데 구태여 월 10000원을 고집한 이유는 '강제성' 부여였지만, 돈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자 '데일리 레터'를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독서에 도움이 되는 내용, 작가에 대한 이야기, 작품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 철학 사조, 작가의 다른 작품, 작품의 사상을 관통하는 다양한 에세이, 그날의 뉴스나 사건들을 접목한 글, 그리고 감상하면 좋을 미술 작품등 다양한 부분을 다룹니다.


대학 교양 수업 때, 독서는 전쟁하듯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이야기는 졸업한 지 20년이 더 된 지금도 책 앞에서 투지를 불태우게 합니다. 혹자가 묻기를 "돈 안 좋아하냐? 왜 그런 일을 시작했냐?"라고. 저, 돈 좋아합니다. 다다익선이고 매우 속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고 돌아 여기 좌표를 찍은 이유는 '증명'해 보고 싶은 오기 한 스푼과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에 대한 결론 한 스푼의 결과입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물론,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관계'에 대한 지식도 얻고 싶어 합니다. 다양한 문물을 통해 즐거운 이야기 속에서 관계를 배우지만 가득 채우지 못한 2%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을 때, 인문학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모든 퍼즐 조각을 맞추고 딱 하나, 제일 중요한 어떤 부분에 끼워 넣어야 할 그 한 조각을 찾아야 할 때, 그 조각이 인문학입니다. 마지막 조각이면, 다른 조각 다 맞추고 나중에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답을 하자면, 시작부터 중요 조각을 얹어 놓고 맞추면 더 쉬워지니 아예 시작을 인문학으로 해보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죠?


깊어지는 겨울밤처럼, 깊은 사고와 독서의 계절을 원하는 누군가가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찾아와 자신의 중요한 퍼즐 조각을 찾아가실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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