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틀을 넘어, 개인으로 살아가는 세대
최근 MBTI 유행이 지나고,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했다. 바로 ‘테토녀’와 ‘에겐남’이다. 테토녀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서 나온 말로,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여자를 뜻한다. 에겐남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서 유래한 말로, 여성적인 성향이 강한 남자를 가리킨다. 이에 대응하는 단어로 테토남과 에겐녀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남자, 여성적인 여자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특히 테토녀와 에겐남이라는 용어에 주목했다. 과거에도 남성적인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었다. 걸크러쉬, 톰보이 같은 표현이 그렇다. 그러나 그 말들에는 ‘특별하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반면 테토녀라는 말은 좀 더 순화되고, 일상에서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남성적인 여자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었다.
에겐남은 더 흥미롭다. 과거에는 여성적인 남성을 가리키는 말 자체가 거의 없었다.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면 안 된다는 강한 선입견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겐남이라는 말은 부드럽고, 섬세한 남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남자, 여자라는 구분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더 다양하게 드러내고 싶은 욕구다. 성소수자들인 게이나 레즈비언도 점차 사회적 인식 속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 개인이 하나의 존재로 존중받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세대의 연애나 결혼 기피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이나 아내라는 역할보다, 자신을 탐구하고 경험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과거에는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취업을 하고, 경력이 쌓일 즈음 결혼을 했고, 권태기를 느낄 새도 없이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새 20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서야 숨통이 트였지만, 그때는 이미 또 다른 역할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에서 곧장 할머니,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흐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는 인구 감소가 경제와 산업에 타격을 주겠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더 온전한 삶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남녀 교제 역시 단순한 호감의 단계를 넘어, 나를 새롭게 체험하고 확장하는 장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세대가 선택한 자유일 것이다.
테토녀와 에겐남 같은 신조어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자연스럽다. 사람들은 점점 집단적인 규범과 가치에서 벗어나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려 한다. 앞으로는 어떤 개인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괜찮아 보이는 남자’, ‘좋아 보이는 여자’ 같은 보편적 기준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세대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자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