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이 된 인연들
어린 시절 나는 평범한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좋아하는 만화나 놀이도 남들과 비슷했고, 그저 그런 일상이었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서 내 삶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시절의 나는 학교가 두려웠다. 교실에 가득 찬 아이들의 말과 행동, 웃음소리, 낙서로 가득한 책상, 선생님의 말투까지도 모두가 나를 압도했다. 그래서 나는 말수가 줄었고, 결국 벙어리가 되었다. 아이들 속에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인연은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난 G군은 내게 특별한 친구였다. 그는 나와 자주 어울려 주었고, 그의 앞에서는 벙어리를 해제할 수 있었다. 든든한 보호자처럼 느껴졌고, 그 덕분에 다른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었다. 함께 야구를 하며 웃었던 순간은 아직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학을 가면서 새로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 학교가 점잖은 신사들의 모임 같았다면, 새 학교는 동물의 왕국 같았다. 순하고 얌전한 성향의 나는 순식간에 강자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약자 중의 약자로 놀림감이 되었고, 괴롭힘은 일상이 되었다.
그 속에서도 나를 찾는 친구들은 있었다. 아마 내가 최약체라서 편한 상대였을 것이다. 그들은 나와 있을 때는 잘 어울리는 듯 보였지만, 강자가 나타나면 태도를 바꾸어 나를 무시하고 놀리기 일쑤였다. 나와 어울리다가 본인도 괴롭힘의 표적이 될까 두려웠을 것이다. 친구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상한 관계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관계조차 붙잡았다. 혼자보다는 낫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괴롭혔거나 억눌렀던 기억을 만든 아이들과 베프가 되었고, 오랫동안 그 관계를 유지했다. 관계는 점차 평등해져 갔으나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독립을 하면서 나의 성향이 드러나고 주체적으로 변하면서, 자연스레 그들과 멀어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왜 그런 인연이 내게 주어졌는지, 왜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좋은 인연도 있었고, 나쁜 인연도 있었다. 하지만 나쁜 인연을 통해 생긴 부정적이고 억눌린 에너지는 결국 나를 움직였다. 나 자신과 세상을 알고 싶다는 근원적인 물음을 품게 했고, 그 물음은 나를 더 넓은 지식과 통찰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모두 내 안에 담겨 있다. 좋은 인연은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감사했고, 힘들었던 인연은 깊은 상처를 남겨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다.
그 흔적 위에 지금의 내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