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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D컬렉티브 Sep 05. 2021

'환경을 위한 실천과정'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1944~)-


매스미디어에는 매번 등장하는 환경에 관한 소식들이 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떤 환경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삶을 지속할 수 있는가? 북미와 유럽은 열돔으로 폭염이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요즘 한국 역시도 타 국가와 다르지 않게 변덕스러운 날씨를 오늘 하루도 경험하고 있다.  환경보호자들을 중심으로 온실가스의 심각성과 탄소제로를 위한 실천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범국가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 지구촌 폭염, 폭우, 산불, 평균기온의 상승으로 온난화와 일회용쓰레기, 야생생태계의 파괴 등으로 예측할 수 없는 신호들을 내보내고 있다. 지구촌의 네트워크가 활성화가 된 만큼. 함께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떤 삶을 살고자하는 희망보다도 기본적인 인간의 삶의 토대를 이루는 구조가 무너질 것이다.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이 『침묵의 봄 Silent Spring』(1962)을 통해서 살충제, 제초제로 인한 야생생태계의 위협으로 지구환경과 기후재앙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주장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며, 그에 따른 인식과 자각은 분명하게 일어났다. 문제는 그에 따른 실천이다. 코로나팬데믹으로 감염병의 확산이 지구환경에 경고의 신호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자연의 급격한 변화는 어떤 백신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 마주해야하는지 예측할 수 없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여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었는가?      


자연이 내어 준 풍경을 인식하다.        


흔히 자연에서 본 조각상들 중에서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의 얼굴은 화산암을 깍아서 만든 조각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암 그 자체를 살리면서도 미소를 짓는 모습 속에서 온화한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면서도, 환경의 영향으로 빚어진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이런 자연속의 풍광은 대자연이 내어준 풍경이 되면서도, 자연의 광활함을 드러낸다. 자연이 내어 준 풍경을 지켜내기 위해서 환경보호자들은 1970년경 4월 22일 지구의 날을 제정하고, 이후로 환경오염문제에 관한 인식과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술계에서도 자연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한 태도와 방법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삶을 연결시키기 위한 갖은 노력들이 대지, 환경, 생태라는 타이틀과 함께 다양한 설치작업이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뉴욕 드웬화랑에서 열린 《대지미술 Earth Works》(1968)가 대표적인 전시이기도하다. 이 전시에 참여한 이들 중에서도 자연을 배경으로 어떤 작업 활동과 태도를 작품에 반영하였는지 주목해볼 만한 조각가이자 대지미술가로 알려진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 1944~)가 있다. 하이저의 자연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실천방식은 틈과 흔적, 그리고 자연물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자연과 미술관을 넘나들며, 환경과 장소사이에서 자연의 원시성과 문명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특히 자연의 원초적인 형태와 그 근원을 제안하는데 있어서 보통 흔히 말하는 인공적인 소재, 콘크리트, 금속, 플라스틱과는 다른 흙, 돌, 잔디, 모래, 자갈 등이 자연물과 환경이 그의 주요한 소재가 되었으며, 크기, 질량 및 과정에 대한 탐구를 시도했다.      


대지에 틈을 가하다.       




마이클 하이저, <더블내거티브>, 1969~1970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하이저의 <더블 내거티브>(1969~1970)는 네바다 사막으로 여행을 떠났던 그의 환경조각으로 소개된 작품 중 하나로 유명하다. 사실 이 대지작업은 모아파 밸리(Moapa Valley) 가장자리의 사암과 유문암을 제거하여 틈을 만든 작업으로 환경보호자들에 의해서 비판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실상 하이저의 의도와 다르게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였다고 생각하는 여론들이 형성되면서, 대지작업으로부터 환경보호자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기도 하였다. 당시 하이저는 <더블 내거티브>에서 그곳에 잔해들로 두 개의 벽을 만들어 마주보게 했다. 보여지는 잔해들은 하이저가 인위적으로 돌을 쌓고 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흔적이기에 실상 환경보호자들의 시선에서는 이 또한 파괴로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이저의 입장에서 자연에서의 그의 실천은 타인들에게 자연을 인식시키는 계기를 대지작업을 통해서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기도 하다. 실제 <더블 내거티브>를 보러가기 위한 여정은 지도를 펼치고 안내서에 따라서 차량과 걷기를 통해서 이동을 해야 하이저의 작품을 찾아낼 수 있다. <더블 내거티브>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은 자연 속에 숨겨진 보물찾기만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며 자연과 하이저의 대지작업을 분간하기에 어려운 조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이저는 자연을 배경으로 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자연을 재발견하게 하는 그 과정을 우리에게 제공함은 분명했다.      


마이클 하이저, <균열 Rift>,  1968/1982


이와 함께 하이저는 <더블 내거티브>와 마찬가지로 <균열 Rift>(1968/1982)에서도 비포장도로, 바위가 많은 도로위에서 이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보다도, 본래 그대로의 자연에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균열>은 잔디 위에 흠집을 내어 균열을 일으키는 지그재그의 형태를 제작한 작업이다. <균열>외에도 지그재그로 땅 위에 틈을 내어, 하이저는 <소멸 Dissipate>나 <섬모 Ciliata>, <고립된 질량/곡선 Isolated Mass/ Circumflex>(1968/1978)를 작업하였다. 텍사스 휴스턴 메닐 컬렉션 외부에 설치된 대지작업 <고립된 질량/곡선>에서는 강철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곡선과 직선사이에서 캔버스에 드로잉을 하듯이 절묘하게 표현된 부드러움이 잔디 위에 그 틈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마이클 하이저, <고립된 질량/곡선>, 1968/1978




마이클 하이저, <압축라인>, 1968

     

실질적이 이 틈 작업들은 소멸되거나 사진으로 혹은 기록으로 남긴다. 자연을 파괴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연에서 그 흔적을 함께 공유하며, 즉각적인 풍경으로 하이저는 환경의 영향에 따라서 변화되는 현장을 경험하게 했다. 미니멀리즘에 영향을 받은 하이저는 강철이나, 나무와 같은 재료를 활용하여 최소한의 형태, 선을 긋는 작업을 표현하는 것처럼 대지 위에 틈을 만들면서 이를 위치시킨다. <압축라인 Compression Line>(1968)도 그와 같은 대표적인 작품인데, 속이 빈 강철이 붉은 색 계열의 흙으로 덮여 있다. 중앙에는 흙으로 가려져 좌우에 원래 본 구멍이 땅 아래 박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위에서 바라본다면 땅 위의 표시된 흔적으로, 옆에서 바라본다면 땅 위에 발견된 틈으로 인식된다.      

 

자연의 웅장함 속으로      



마이클 하이저, <발차기 행위>

      


마이클 하이저, <도시 City>, 1972~2020


실제 하이저는 자신의 신체적 행위를 땅 위에 흔적으로 남긴 <발차기 행위 Foot Kick Gesture>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땅 위에 움푹 파인 모래 사이에서 자신의 흔적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라질 틈의 자국은 자연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행동과 연결되기도 한다. 자연에서 자신을 표출하고 드러내는 방식과 그에 관심은 <도시 City>(1972~2020)에서는 또 다른 태도가 반영된다. 네바다 남부의 외딴 가든 벨리(Garden Valley)에 위치한 <도시>는 황야에 홈을 파 구조물을 세운 형식이다. 특히 <도시>는 고대유적의 기념비적인 웅장함을 드러내는 상징적 조각을 상기시킨다. 유년시절 이집트 유적과 같은 고고학 발굴을 수행한 아버지 로버트 하이저의 영향과 함께 직접 방문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건축, 중남미 고대도시의 탐방지역에서 경험으로부터 그 영향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이저는 <도시>를 압축된 흙과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만든 무덤의 형태가 산과 같이 거대하게 만들어 유적지를 연상시킨다. 대지작업의 규모는 어떤 작업보다도 압도적으로 웅장하면서, 하이저가 이상적인 지형을 찾아나서는 그의 행보가 돋보이는 자연에서의 그의 활동이 주목된다.  



    

마이클 하이저, <공중에 뜬 질량>, 2012


그리고 <도시>와 함께 또 하나 주목되는 하이저의 작업이 있다면, <공중에 뜬 질량 Levitated Mass>(2012)이다. <공중에 뜬 질량>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의 좁은 야외 통로 위에 화강암 바위를 설치한 작업이였다. <도시>와 다르게 자연을 배경으로 틈과 흔적을 남기는 조각적 특색을 결합시키기 보다는 있는 본연의 돌의 질량과 크기를 적절하게 선택하여,  설치하였다.   제목처럼 말 그대로 공중에 떠있는 듯 한 돌의 형상을 보여준다. 자연 본래의 성질을 그대로 보존하여 전통적인 조각의 형태를 탈피한 <공중에 뜬 질량>은 재생가능한 에너지 조각으로 자연에 대한 그의 관심과 태도가 투영된다. 하이저는 이처럼 자연으로부터의 그의 관심을 다양한 각도에서 표현하고자 노력하였는데, 그의 실천은 작지만 거대한 자연물을 통해서 누구나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자연에 대한 인식과 변화 그리고 지속가능성 위해서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들을 실천해나갈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대지작업을 통해서 실천한 하이저의 활동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시작을 한다는 것 자체에 중요성을 느낄 필요가 있다. 어떤 시기보다도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우리의 삶. 도시는 매일 새롭게 재건축되어가고 있고, 이를 위해 자연의 녹지조성은 현저히 줄어드는 현실에서 우리는 잠시 무엇을 위해서 이를 지속시키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야 할 때이다. 환경이 존재하기에 우리의 삶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이제는 환경보호자들만이 아닌 누구나 자연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위한 실천방식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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