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미디어에서, 그리고 미식 담론 속에서 ‘셰프’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단어는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세련된 어구로 자리 잡으며, ‘요리사’라는 단어를 대체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단어는 직업이 아닌 직함을 뜻한다. 셰프 Chef라는 단어는 좁게는 한 팀을 이끄는 ‘팀장’을 의미하고, 넓게는 조직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수장’을 의미한다. 이를 영어로 번역한다면 치프 Chief 라는 단어로 치환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이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나에게 셰프 Chef 라는 단어는 늘 무겁고 높게만 느껴졌다. 결코 쉽게 불릴 수 없는 명칭이었다. 현지에서는 셰프라는 직급을 달지 못한 이에게 셰프라 부르면, 다들 손사래를 치며 본인은 셰프가 아니라고 주의를 주곤 했다. 그만큼 높고 엄중한 직급의 명칭이었으며, 주방에서 일하는 모든 이에게 그것은 감히 도달하고 싶은 꿈의 타이틀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셰프 Chef라는 직함을 달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업계에서 축적해 온 시간과 한 명의 업계인으로서 쏟아부은 노력에 대한 깊은 존중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다. 셰프라는 단어는 곧 존중의 의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주방에서 일하는 모든 이를 셰프라는 호칭으로 부르기 시작한 현실이 나를 썩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불편함과는 별개로, 직함을 뜻하던 그 단어는 어느덧 직업을 뜻하는 의미로 변질되어 버렸고 더 확장되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불리는 가벼운 명칭이 되어버렸다.
우스운 일은 최근 일각에선 '제과사 Pâtissier는 셰프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는 점이다. 이 지점이 얼마나 빈약한 논리 위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좁은 시야에서 단어를 정의하며 셰프를 단순히 '불을 다루며 요리하는 사람'이라는 협소한 틀 안에 가두려 한다. 하지만 이 단어의 본질은 '수장'과 '책임'에 있다.
누군가에게 이 변질된 의미의 단어는 ‘그게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혹은 ‘아무렴 어때’라고 가볍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것은 단순히 단어 하나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호칭의 변질은 그 직업이 가진 숙련의 시간을 부정하는 것이며,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인내와 책임을 희석하는 일로 느껴진다. 진중한 미식 담론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정당하게 호칭하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그 나라 미식 씬의 무게감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셰프라는 단어를 누가 쓸 수 있느냐를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호칭 뒤에 가려진 '책임의 무게'를 스스로가 얼마나 감당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태도다. 셰프라는 이름이 주는 존중은 타인의 인정을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짊어진 숙명을 묵묵히 증명해 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