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군이 달라져도 괜찮아요...?
이전에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분이 개발자라는 단어의 한자 해석을 알려줬습니다. 그전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 놀랐었습니다. 개발자(開發者). 열 개, 필 발, 놈 자.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사람. 그래서 중요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줬었습니다.
바로 전에 일했던 직장에서 저는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라는 포지션으로 일했습니다. 실제 동작하는 게임을 만드는 직업이죠. 그리고 직업을 처음 가질 때 부터 저는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 로 일을 했었습니다. 중간에 스타트업을 가면서 포지션이 바뀌긴 했지만, 게임 업계에 있는 시기에는 모두 클라이언트 개발자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는 클라이언트 개발자로 이직했습니다. 면접보기 전까지 말이죠.
프로젝트가 드랍되면서 다시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친구가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그 업체로 면접 보는 건 어떠냐고.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친구네 회사에서 일하던 시기에도 저는 클라이언트 개발자였습니다. 그러니 친구의 제안으로 진행하는 면접도 당연히 클라이언트 개발자일 거로 생각했습니다. 면접 당일,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인사를 합니다.
"서버 개발자로 지원하셨죠?"
"....네."
놀랍지만,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나 서버 개발자로 면접을 보는구나.... 하고. 어떻게 보면 최선을 다해 면접을 보지 않은 셈입니다. 안될 거로 생각했거든요. 아니, 안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마음가짐이 바뀐 걸 수도 있겠네요. 물론, 면접은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최종 발표까지는 꽤 오래 걸렸습니다. 거의 한 달가량? 최종적으로 합격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시 하게 됩니다. 직군이 바뀐 새로운 시작을요.
이곳은 특이하게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곳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빼먹었지만, 친구네 회사에 있을 때도 영어 이름을 썼었죠. 고민하여 이름을 선택합니다. 친구네 회사에 있을 때 쓰던 이름은 안 된다고 하고, 그냥 일반적인 영어 남성 이름도 이미 쓰고 있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럼 뭘로하지.... 하다, 군대에서 영혼을 팔아 지은 세례명이 생각이 났습니다. 초코파이 2상자를 준다는 말에 영혼을 팔았는데, 12개짜리 상자가 아니라 6개짜리 작은 상자 2개였던 슬픈 사연이 있던 그 세례명.
"펠릭스는 되나요?"
그렇게 "펠릭스" 란 이름으로 새로운 회사에 다니기 시작합니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있었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던. 그렇게 갑작스럽게 직군이 바뀐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스타트업 경험이 없었다면, 면접 때 크게 당황하고 취업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에 가기 전에 주위에서 우려가 매우 컸습니다. 왜, 굳이, 이상한. 이 3가지 단어로 조합된 각종 이야기는 스타트업에 가는 행동 자체를 이상한 행동으로 분류해 버렸죠. 그래서 스타트업에 다니던 저는 이상한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저는 매우 유연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자리에서 직군이 바뀌어도 끄떡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달라도 괜찮습니다. 내가 선택한 다름이라면, 그 나름대로 즐거우니까요.
- 회사에 다니시던 분들과 만나면 아직도 펠릭스로 불립니다. 본명을 부를일이 없어서 이게 그냥 제 이름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