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ine Apr 25. 2023

어린 C-레벨의 슬픔

나는 굉장히 젊은 나이에 학생 창업을 했다. 그리고 작지 않은 규모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직접 경험한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뼈가 시리다 못해 아리게 아픈 실패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성공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이미 수려한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가 많아 굳이 하나를 더하고 싶지 않았고, 둘째로 솔직히 말하면 아직 우리는 그렇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갈길이 멀다!)


그런고로 이 기록은 나의 치부책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를 웃으면서 되돌아볼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겪는 다른 모든 이를 위해서도 나름의 깨달음을 남기고자 한다.




학생 창업을 해서 회사를 키웠다는 것의 의미는, 여러모로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조타석에 앉았다는 것이다. 물론 경험의 부족이 좋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창의성, 빠른 러닝커브, 틀에 박히지 않는 사고 등등 수많은 장점들도 있겠지만, 오늘은 어두운 면을 주목하고자 한다. 조직에 속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앉으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책과 구글에게서 배운 스크럼은 왠지 모르게 삐걱거렸다. 우리 팀원들은 일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안 하는 것 같았다. 웃으면서 이야기해도 말에 뼈가 있었고, 뒷담화도 계속 들려왔다. 어린 창업자라 무시하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나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어린 창업자가 아니더라도 처음 팀장이 되어 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밤새가며 기획안 쓸 때가 오히려 편했던 것 같고, 팀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고, 성과 관리는 잘 안되고, 내가 좋은 팀장이 맞나 계속 회의감이 들고…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업무 외 자기 시간을 챙기기 힘들기 때문에 월화수목금금금의 스케줄로 살아가는데, 몸은 몸대로 힘들고 마음은 마음대로 힘들었다. 회사에서 뭐만 먹으면 자꾸 체해서 하루종일 굶다가 집에 와서 폭식을 하기도 했다. 꿈에도 팀원들이 나왔다. 나와서 자꾸 나를 원망하더라. 잠자다가도 세 번씩 깨곤 했다.


스스로를 공격하다가 되려 주변을 탓하기도 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몰라주지?’, ‘왜 다들 저렇게 열정이 없어 보이지?’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직접 이야기는 안 했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숨길 수 없다고, 주변으로 퍼져나가 내 뒤통수에 화살로 꽂히기도 했다. 직접 나서서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너무나 소수였기에 감정적으로 고립되고 외로웠었다. (이때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를 뼈저리게 깨닫기도 했다)


업무 스킬 부족과 관리 미숙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시니어가 했다면 훨씬 더 빠른 시간에 훨씬 더 좋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계속 돌고 돌았다. 낭비한 시간과 돈만큼 자책감에 빠져 스스로를 옥죄고 갉아먹었다. 떠나간 기회비용이 너무나 아까워 뒤를 돌아보곤 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아주 처절한 실패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헤매던 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직도 크고 작은 실패를 하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적어도 딱 하나만은 달라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바로 ‘멘탈’이다. 실패해도 바로 툭툭 털고 일어나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어떤 실패가 오더라도 나는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욕먹고 나쁜 사람이 되어도,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이러한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비법을 아낌없이 공유하려 한다.


나는 힘들게 배웠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조금 더 쉽게 배웠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빠르게 배워서 하루라도 덜 고통스럽게. 그래서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