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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으니 Sep 25. 2022

내 일상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진으로 만나는 인생사

퇴근하는 길.


언제 더웠냐 싶게 쌀쌀해진 가을날. 해가 짧아지는 만큼 나의 퇴근길은 어두워졌다. 이날도 어두워진 길을 걷고 있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생숭 심란했던 날이라 그런가, 어둠 속을 걷는 나 자신이 참 초라하다고 느껴졌다. 그냥 불현듯 나의 인생이 나의 시간들이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처럼 어두컴컴하지 않았나 싶었다. 누군가는 찬란한 삶을 사는 동안, 나는 왜 아무런 의욕도 없이 빛 한줄기도 없이 그저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인생을 살고 있나.  나 스스로 빛나지 못한 채, 너무 쉽게 이런저런 일들을 포기하고 뒤로 미뤘던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그렇게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내 인생 같아서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마음으로 뒤돌아서서 오던 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둠뿐인 줄 알았던 이 길이, 내 인생이 분홍빛 붉은 노을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어둠 속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를 찬란하게 빛냈던 빛이 아름다운 노을로 저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큰 위안을 받았다.


서서히 저무는 저 빛이 그대로 쭉 사라지지 않고, 내일 되면 다시 뜰 것을 알기에,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도 내일이면 다시 환해질 것을 알기에.

오늘 잠시 싱숭생숭 심란했다고 내 인생을 단정하지 말자고.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그만큼 빛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그리고 또 내일 뜨는 빛처럼 나의 인생도 여전히 빛날 것이라고.


작심삶일 /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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