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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Aug 09. 2018

전 남자 친구의 여자 친구

신경 쓰이는 그들

"전 남자 친구의 현재 연애 상대가 나보다 예쁜 게 좋아? 못생긴 게 좋아?" 친구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듣는 전 남자 친구에 대한 의미 없는 토론들의 주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것이다. 정말 쓸데없는 질문으로 치부해 버릴만한 질문이지만 '과거'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이다. 나보다 (주관적) 못생겼으면 알 수 없는 우월감과 동시에 그의 안목을 의심하게 되어 이에 따른 찝찝함이 들고 나보다 (주관적) 예쁘면 나를 잊고 잘 살 것 같아 기분 나쁜 동시에 그는 외모 보는 눈은 아직 낮추지 않았구나 하는 유치한 착각들이 동시에 든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들의 존재는 신경 쓰이지 않는가... 스쳐 지나간 여러 남자들이 만나는 여자들은 어떤 사람일까? 그녀의 외모는 어떨까? 그녀의 직업은 무엇일까? 그 오빠가 나에게 좋다 했던 부분 또한 그녀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으려나? 등등 전 남자 친구들에 대한 현재의 감정과는 별개로 말이다.


작년쯤이었나, 나의 대학 생활의 50퍼센트를 차지한 오빠에 대한 연애 소식을 학교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전해 들었다.  나와 헤어지고 몇 번이나(명절 인사 포함) 연락이 왔던 오빠라 이제는 그도 나를 잊고 괜찮은 상대와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던 상태라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당시 꽤나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만은 나를 잊지 못해 언제든 내가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한 건지 그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생각 외로 달갑지 만은 않았다. "잘 되었네" 쿨한 척 웃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연애 상대가 우리 학교 선배라는 걸 알았고 어렵지 않게 그녀의 이름과 SNS까지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가깝게 지내는 언니와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나를 전 남자 친구의 여자 친구를 미친 듯이 파헤치는 루저로 생각하지 않길..


인스타 그램 속 그녀의 사진은 아름다웠다. 예쁘다는 표현보다 아름 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여자였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니고 있었고 간간히 올라오는 그녀의 포스팅으로 미루어 볼 때 마음도 따뜻한 여자였다. 그녀는 꽃을 좋아했고 여신 스타일의 드레스가 어울리는 긴 머리의 소유자였다. 다행이다. 좋은 사람 만나서... 한번 찾아 보고 더 들어가 보진 않았다.


동시에 지금의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도 나를 궁금해할까라는 단상. 그녀가 나의 존재와 나의 모습을 마주 했을 때 어떠한 생각을 가질까? 어쩌면 그녀보다 아름답지 못하고 잘나지 못한 나의 모습에 대한 우월감? 아니면 반대로 그에게 과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도 전 남자 친구의 여자 친구들을 생각하며 나 또한 그런 생각에 보이는 것들에 과도하게 치중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망상 아니려나..?


진지한 관계 속에서만 적용되는 궁금증은 아니다. 마음에 들었지만 애프터가 없었던 소개팅 상대나 이후 진지한 관계로 발전되지 못했던 연애 이전의 '썸'으로 정의되는 가벼운 관계들까지 나는 나 이후의 그들이 선택한 여자들을 궁금해한다. 그들은 나의 어떤 점이 맘에 들지 않아 나 대신 그녀들을 선택했을까? 하는 자존감 낮아지는 불온한 질문들까지 스스로 해대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보다 예쁜 여자 만나는 게 좋아? 덜 예쁜 여자를 만나는 게 좋아? 정말 벗어나고 싶은 질문이다.

전 남자 친구들의 존재는 그들의 존재 자체뿐만 아니라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들까지 나를 괴롭히다니.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나보다 덜 예쁜 여자 만나는 게 덜 신경 쓰이리라. 지금 옆에 있지 않은 그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않기 위해선 말이다. 더 빨리 잊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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