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원래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것

버티는 삶

by 셀린

행복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날들이다.


20대 때의 나는

원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살았었다.

자신만만했던 그 시절의 나는 돈에도 명예에도 큰 관심이 없었고

거대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누리게 될

아직은 알 수 없는 행복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직장 한번 다니지 않고 4학년 졸업 전에 벌써 결혼하는 선배들이 있었고

선을 본다는 소문이 들리는 동창도 있었다.

그녀의 취향은 전혀 아니었던 건물주의 아들인 남자와 만나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젊음을 마저 다 누리지도 않고 결혼하겠다는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을 뿐

내가 세상을 모르고 철이 없다는 생각은 먼지만큼도 하지 않았었다.

나는 그런 환경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내가 나 혼자의 힘으로 멋지게 인생을 잘 살아나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몇십 년이 지난 작년까지도 계속되었었다.


그리고 이제

인생을 돌이켜본다.


과연

이 세상 모든 것을 스스로 헤쳐나가려던 나는

지금 행복한가?


30대 때는 열심히, 치열하게 그리고 잘 일하면서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고

남들이 이런저런 것들을 받거나 쟁이며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하나도 부럽지 않았고

나와 남편 오로지 우리 둘이 일군 것들로만 여기까지 와있는 우리가

자랑스럽고 스스로 뿌듯했었다.

작년까지는.



과연 그러나

나는 지금 행복한가?


..


대학교를 졸업한

일하고 사랑하고 치열하게 겪고 누리며 닳고 버티고 애써가며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고통스럽고

절대 못 일어날 것 같았던 좌절 속에 있다가도 결국 다시 일어서면서

인생은 결국은 해피엔딩

행복은 마지막은 내 편일 것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확신으로

그동안 버텨왔다는 것을

문득 어느 날

깨달았다.



과연 나는 지금 행복한가.



노후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시부모님.

많이 연로하신 친정부모님.

화가 많아 자꾸 사고치는 자폐 아들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없는데

우리가 책임질 일들은 너무나 많다.

갑자기 죽어서 무덤에 들어간대도

책임감 때문에 발 뻗고 못 누울 상황이다.



인생은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고

또한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행복은 나 하나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만만하던 20대 시절의 내가 꿈꾸던 세상은 이미 없다.

아니 진작 없었다.

다만 내가

모르는 척했을 뿐.


인생이 삶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걸

그냥 버티고 사는 거라는 걸

남들도 다 그렇다는 걸

죽을 때까지

정신이 멀쩡할 때까진 내 주변을 책임지면서 사는 거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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