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유출에 이어 이번엔 '물' 비상!!
만나는 아줌마들마다 '걱정'과 '한숨' 뿐이다. 물을 좀 사려고 마트에 갔는데 마트마다 물이 없단다.
불과 한 달 반전엔 한 형광등 공장에서 큰 화재가 일어나 수은이 다량 유출돼 '상황을 제대로 알 길 없는' 교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더니 (당시 사고 기사 -> https://www.yna.co.kr/view/AKR20190830140500084?input=1195m) 이번엔 '누군가'가 2.5톤 트럭으로 오염된 폐유를 상수도원에 버린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곳이 하노이 시내를 관통하는 '홍강'의 가장 큰 지류로, 우리 교민들을 포함해 하노이 시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상수도원인 '다강'으로 연결되는데, 이 상수도원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대표적인 독성 발암물질인 '스타이렌'이라는 물질의 수치가 정상수치보다 1.3 ~ 3.6 배 가량 높게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번 수은 유출 사고 땐 유출된 수은의 양이 많지 않은 데다 '열흘 정도만 조심하면 된다'는 베트남 정부의 말에 '확실하진 않지만, 열흘만 참아 보자'는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었는데, 이번엔 상황이 좀 더 심각해 보인다. (이번 사고 관련 기사 ->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91016010008929)
음용은 물론 목욕이나 양치, 설거지도 당분간 자제
가뜩이나 베트남 물엔 석회질이 많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욕실이나 주방에 필터를 달아 생활하고 음식을 만들 땐 생수를 사다 썼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던 베트남 사람들조차 동요하고 있다.
유출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치명적인 환경 호르몬과 1급 발암물질인 '폐 폴리프로필렌'과 '스틸렌' 등을 다량 함유한 유기화학물들로, 베트남 정부에서조차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면 아예 수돗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경하게 주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곳은, 말 그대로 '생수' 전쟁이다. 대형마트는 물론 작은 슈퍼마켓의 물 코너는 텅 비어있고 (오후에 물이 더 들어 올 예정이라 했지만 알 수가 없다. 하노이 대부분이 상황이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그간 필터를 안 달고 있던 사람들도 뒤늦게 마트에서 파는 필터를 사느라 필터 코너 또한 텅텅 비어있다. 물탱크 청소를 하기 위해 물을 빼느라 아파트는 아침부터 단수이고, 수영장은 출입 금지다. 아파트 관리소 측에선 청소를 하고 다시 깨끗한 물을 채워 넣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곤 하지만, '어차피 채워 놓는 물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고, 한식당이 많은 '미딩 지역'엔 문을 닫은 식당도 꽤 있다는 소문까지 번지고 있으니, 내 불안감 또한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은 이뿐이 아니다. 사실 문제가 생긴 게 어제, 오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아파트 단톡방에 '수돗물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고 나 또한 며칠 전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데 유난히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그때 주민들 대부분은 '냄새는 무슨,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니야?'며 넘겼는데 그게 '예민'이 아니었다. 문제가 커진 것이 오늘이지, 사고는 열흘 전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우리 몸속에 얼마나 많이 '그 물'이 들어갔겠는가.
특히 우리 아파트는 지난번 '수은 유출 사고' 때도 위험지역과 멀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위험지역에 포함되어 있어 요즘 같아선 우리에게 '밤새 안녕하세요?'가 빈말이 아니고, 누군가의 말대로 하노이에서 사는 것이 정말 '생존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간 베트남에선 시간이 참 느리게 흘러간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하루하루가 참 '버라이어티' 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한글로 쓰인 베트남 신문을 보는 것과 우리 영사관에서 하루빨리 확실한 정보를 주길 바라며 단톡 방에 올라오는 글을 체크하는 것, 뒤늦게나마 주방과 욕실에 달 필터를 찾는 것, 그리고 오후에 들어온다는 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밖에 없기에, 다시는 이런 '생존게임'이 일어나지를 바라며, 하루빨리 이 사태가 끝나길 바랄 뿐이다.
하루 종일 우리 아파트에선 단수와 수영장 금지 등을 알리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얼추 그런 내용인 듯 하다)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다. 언제쯤 이 곳에 또 다시 평온한 일상이 찾아올까.
당분간 하노이에 놀러 온다면, 꼭 '생수'를 사서 드시길... 베트남의 대표 생수 6가지를 소개한다.
1. 라비
네슬레 제품
광천수로 미네랄이 풍부하단다.
화학적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천연광천수로
마시기에는 적합하지만,
광천수라서 끓이는 용도로도 쓰지 않는다.
2. 다사니
코카콜라 제품
특수처리기술로 완벽히 정화한 물로 인기가 많다.
베트남에서 판매율 3위로 하노이 호텔과 식당에서 주로 다사니를 판매한다.
3. 아쿠아피나
펩시콜라 제품
수돗물을 여과 처리한 물로서 미네랄도 첨가해
유럽에서도 인기가 많고 베트남에서도 시장 1위다.
끓여먹기에도 적합하다.
이외에도 사푸와, 골드생수, 미루 등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