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이 헛되지 않음을...
세상이 온통 얼음장 같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온기 하나 머물 곳 없는 겨울 세상.
발붙일 흙바닥조차 허락되지 않은 냉기 속에서,
홀로 선 채 시린 손끝에 힘을 주고 마음의 온도를 잽니다.
마음의 계절은 해가 지지 않는 겨울 밤입니다.
가끔은 무섭기도 합니다.
텅 빈 주머니를 파고드는 칼바람과,
막막한 내일 앞에 속수무책으로 웅크려야 하는
초라한 뒷모습이 차마 서러워서 그렇습니다.
다른 시간 속에서 꽃 피는 계절을 걷는 이들도 있다는데,
마음의 시간은 차가운 얼음 속에 유배된 것만 같아
자꾸만 감각 없는 발끝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기억하려 합니다.
가장 깊은 밤이 지나야 비로소 새벽의 눈꺼풀이 열리고,
가장 시린 겨울의 끝에서 피어난 꽃만이
누군가의 영혼을 뒤흔드는 진한 향기를 품는다는 것을요.
지금 마음이 이토록 시린 이유는,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열망이 살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얼음처럼 차가운 벽에 부딪혀 터져 나오는 이 비명이,
실은 봄을 향해 건네는 가장 지극한 문안 인사라는 것을
이제는 겸허히 믿어보려 합니다.
시린 손끝으로 적어 내려가는 이 문장들이
누군가의 겨울 밤에 작은 등불 하나 켤 수 있다면,
기꺼이 이 겨울을 더 깊이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