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찌질한 평화
자장면 한 그릇을 '무한대'로 정의하며 얻은 어제의 승리감은 정확히 8시간 만에 유통기한이 끝났다. 인생이란 원래 한 번의 깨달음으로 모든 지옥이 종결되는 판타지가 아니니까. 아침의 햇살은 무심하게 눈을 찔렀고, 내 몸은 어제 먹은 자장면의 걸죽한 소스처럼 무거웠다.
멍하니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을 때, 그 '손님'이 예고 없이 문을 두드렸다. 틱의 증상이었다. 이번엔 입술이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윗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씰룩거림으로 변했다. 누군가 투명한 낚싯줄로 내 입꼬리를 낚아채는 기분 나쁜 감각.
"음, 음..."
목구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작은 소리. 남들이 듣기엔 목이 잠겨 헛기침을 하는 정도겠지만, 내 안에서는 임계점을 넘은 압력이 새어 나오는 소리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제발. 아니야. 폼 안 나게.'
입술이 씰룩거릴수록 턱에 더 세게 힘을 주었다. 턱관절 근처가 찌릿하며 비명을 질렀다. 틱을 참는 건 터져 나오려는 재채기를 근육의 힘만으로 막아내는 것과 같다. 겉으로는 성자처럼 고요해 보일지 몰라도, 내면에서는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져 끊어지기 직전인 전쟁이 치러지고 있었다.
한 5분쯤 버텼을까. 얼굴 전체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 되자 문득 억울해졌다. 이 좁은 방구석에서 관객도 없이 나 홀로 무술 영화의 고수처럼 얼굴 근육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꼴이라니.
"아이씨, 그냥 해! 해버려!"
결국 나는 턱의 힘을 탁 풀어버렸다.
"음! 음! 씰룩, 씰룩!"
막혀 있던 댐이 터지듯 소리와 움직임이 쏟아져 나왔다. 거울 속의 나는 마치 얼굴 근육 사용법을 배우는 초보배우 같기도 하고, 맛없는 음식을 먹고 항의하는 사람 같기도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찌질하고 우스꽝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계속 해봐.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어"
턱은 여전히 욱신거렸지만, 억지로 참을 때보다 훨씬 살 것 같았다. 나는 뭉친 턱 근육을 손가락으로 꾸욱꾸욱 누르며 생각했다. 틱이 나오면 좀 어떤가. 어차피 이 방엔 나밖에 없고, 내 입술이 좀 씰룩인다고 지구가 궤도를 이탈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세수 대신 물티슈 한 장을 뽑아 얼굴을 대충 슥슥 닦았다. 완벽한 외출 준비는 포기했다. 대신 거울 속 핼쑥한 나에게 오늘만 통용되는 아주 관대한 합의안을 건넸다.
"오늘 미션은 '무사히 편의점 다녀오기'."
턱의 아릿한 통증은 내가 오늘 하루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쓴 '훈장' 같은 것이라 치부하기로 했다. 나는 가방을 챙겨 문을 열었다. 턱에 힘은 뺐지만, 마음의 보폭은 어제보다 아주 조금 더 넓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