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무한대(∞)

관점을 바꾸면 지옥이 천국이 될 수 있다

by 마가렛꽃

요양원의 따스한 온기를 뒤로하고 돌아온 자취방은, 마치 냉장고 속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전등 스위치를 올리기 전, 어둠 속에 잠시 서 있었다. 할머니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배고픔보다 먼저 가슴을 파고들었다. 텅 빈 방 안에서 나를 반기는 건,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텔레비전의 셋톱박스의 붉은 숫자뿐이었다.


허기가 몰려왔다. 하지만 무언가를 차려 먹을 기운조차 없었다. 휴대폰 배달 앱을 켜고 한참을 망설였다. 짝수를 맞추려면 두 그릇을 시켜야 마음이 편하겠지만, 지금의 처지에 배달 음식 두 그릇은 사치였다. 짝수의 안온함보다 통장 잔고의 홀수가 더 무서운 현실. 결국 나는 비겁한 타협안처럼 자장면 '한 그릇'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배달원이 두고 간 철 가방 소리가 복도 끝에서 멀어졌다. 타인이 완전히 멀어진 뒤, 내 앞에 놓인 자장면 한 그릇. '1'.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고립된 숫자이자, 나를 늘 괴롭히던 지독한 홀수. 혼자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검은 소스는 그릇 안에서 벌써부터 굳어가고 있었다.


젓가락을 들려다 말고 습관적으로 단무지 팩을 뜯었다. 하나, 둘... 하필이면 또 5개다. '하나를 버려야 하나? 아니면 반씩 잘라서 10개를 만들까?' 머릿속의 숫자들이 다시 날을 세우며 나를 할퀴기 시작했다. 짝수를 맞추지 못하면 이 한 그릇의 식사가 나의 실패를 확정 짓는 낙인이 될 것만 같아 숨이 막혀 왔다.


그때, 소매 끝에 매달려 온 희미한 달콤함이 코끝을 스쳤다. 할머니가 껍질을 까서 입에 넣어주던 군고구마의 냄새. “숫자가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달고 맛있는데.”


할머니의 목소리가 텅 빈 방 안을 채우는 것 같았다. 할머니에게 3은 불완전한 홀수가 아니라, 그저 '맛있는 고구마 세 알'이었다. 대상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껍데기인 숫자에만 매달렸던 내 강박이 얼마나 가련한 것이었는지 할머니는 무심한 웃음으로 일깨워주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젓가락을 들어 면발을 크게 들어 올렸다. 서로 엉겨 붙어 끝도 없이 딸려 올라오는 수십, 수백 가닥의 면발들. '이걸 누가 다 셀 수 있을까?'


어쩌면 이건 고독한 '1'이 아닐지도 모른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면이 엉켜 만들어낸 '무한대(∞)'. 짝수니 홀수니 하는 얄팍한 이분법으로는 도저히 가둘 수 없는 풍요로운 덩어리.


나는 단무지를 쪼개는 대신, 면발을 가득 입안에 밀어 넣었다. 달콤하고 짭짤한 소스가 혀끝을 적셨다. 짝수를 맞췄을 때의 강박적인 안도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본연의 맛이 주는 압도적인 해방감이었다.


“그래, 숫자가 좀 틀리면 어때. 맛에 집중하자.”


나는 처음으로 단무지를 더 이상 세지 않고 무심하게 씹어 삼켰다. 완벽한 짝수의 세계에서 추방당한 줄 알았는데, 지금 무한대의 맛 속에서 비로소 안식하고 있었다. 껌껌했던 방 안이, 자장면 한 그릇에서 피어오르는 음식의 온기로 아주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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