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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행복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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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가렛꽃 Aug 17. 2022

행복한 분식집

행복하고 싶은 분식집

누구나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분식집이 있습니다.

마음속에 혹은 추억 속에요.

일반화의 오류라고요? 혹시 저만 그런 건가요? 

중식집이라도 분명 좋아하는 곳  하나쯤은 누구나 있으시겠죠?

국민 음식 자장면도 분식이니까 '누구나 좋아하는 분식집 하나 정도는 있다'라는 글귀는 오류가 아니길 바랍니다.


누구나 생각하면 기분 좋은 작은 식당을 추억해 봅니다.

어릴 때 엄마랑 단둘이서

어느 시장의 꾸덕하고 새빨간 가래 떡볶이를 먹었던 기억이, 커서도 하나의 장면으로 오래 남아요.

자기 전 눈을 감으면 자주 떠올라요.

아마도 행복했었나 봐요.

가을 아침 출근길 골목에서 뜻밖에 예쁜 장소를 발견합니다.

동네 주민을 위한 전시관 겸 쉼터가 어느새 조성되어있네요.

오래된 건물이지만 느낌 있고 제법 주변과 조화로워 보입니다.

사진을 찍다 보니 가을 하늘에 조각구름이 너무 귀엽게 동 동 떠다닙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 를 저리 귀엽게 봐주길 내심 기대해봅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행복한 분식집이라 불러요.

우연히 봤던 시장 상인회 서류에도 행복한 분식집이라 상호명이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엄마랑 같이 한참을 웃었습니다.

 "엄마 우리가 행복해 보이나 봐"

 "우리 집에 오면 행복한가 보다"

서로의 바람에 주문을 걸어 봅니다. 모두 행복해져라.

엄마랑 저랑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다정하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동네 어르신들께서 예뻐해 주세요.


사실 정확한 상호명은 행복분식입니다.

그리고 더 정확한 우리의 바람은 행복해지고 싶은

분식집입니다.

행복분식은 어르신들이 많은 조용한 동네 전통시장 안에 자리 잡은 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어느새 환갑을 지나셨고 저는 코로나로

잠시 쉬어가며 어머니 곁에서 일을 돕습니다.

아침에 와서 홀을 청소하고 주변 상인 분들께 점심을 배달합니다.

그리고 저의 주 업무는 김밥 싸기입니다.

어느새 김밥 주문이 하나 둘 들어옵니다.

저에게 김밥은 할머니의 사랑입니다.

김밥을 싸면서 잠시 그리운 할머니를 생각해봅니다.

손녀에게 먹일 김밥을 정성스레 싸주시던 그 맛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손맛을 기억하고 저도 그 솜씨를 흉내 내 보려 합니다.

신기하게 첫 주문 들어온 음식은 그날의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아마도 오늘은 김밥인가 봐요.

 분은 참치 김밥을 또 다른 손님은 엄마 김밥을 주문하셨습니다.

 참치김밥을 드시는 분은 시금치를 빼고,

우리 집 일반 김밥인 엄마 김밥을 드시는 분은 햄

 금치를 넣지 않고 만들어 드립니다.

코로나로 어느새 식당 밥벌이 2년 차인 저는 제법  단골손님의 입맛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시금치가 빠진 김밥은 너무 노랑노랑 해서 색이 조화롭지 않아요. 영양도 불균형이고요.

김밥집에서 일하다 보니 야채를 싫어하는 어른들도  꽤 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신선한 깨달음이죠.

어른이 되어 보니 완벽한 어른도 없고, 어른은 꼭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추억  어느 시장의 꾸덕한 가래 떡볶이를 그리워하며,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인데 식자재를 배달해 주시는 사장님께서 가래 떡볶이를 나눔 해 주셨습니다.

고맙게도 인자하신 사장님은 가끔 처지는 식재료를 저에게 주시는데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신속하게 추억의 가래 떡볶이를 만들어 식자재  사장님께 한 그릇 건네고 주변 상인 분들께 나눔 했습니다.

물론 떡볶이는 엄마가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 엄마 음식 솜씨는 끝내줍니다. 친구들이 학교 다닐 때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제게 종종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왜 살찌는지 알겠다."

우리 엄마는 평생 일하는 엄마였지만  밥을 잘해주셨어요.

그래서 우리 집 백반은 반찬이 제법 나옵니다.

엄마가 기본적으로 손이 크시거든요.

생선, 계란 프라이는 기본 제공이고요, 김치가 두 가지 이상입니다. 김치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요.


특히 손님들이 입을 모아 나물이 맛있다고 하십니다.

평범한 콩나물이나 시금치를 신기할 정도로  맛있게 잘 버무리세요.

손도 크고, 워낙 뚝딱뚝딱 빠르게 잘 만드십니다.

요리를 잘하는 엄마를 만난 건 참된 행운이에요.


저희는 시장 상인  분들이 주 고객층이라 반찬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하는데요. 요즘 식자재값이 너무 올라서

천 원을 올려 백반 가격칠천 원 받아요.

가격을 올릴까 말까 정말 오래 고민했어요. 요즘 가격 문제는 비단 우리 가게만의 시름이 아닐 거예요.


그래도 단골 분들을 위해 노력하고, 또 그 노력을  알아주셔서 늘 주변 상인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백반 한 그릇도 친절하게 배달하고 있습니다.

집에 가져가서 먹을 꽃게탕과 제육볶음을 했어요.

저녁밥은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가요.

시장 내에 있는 단골 생선가게에서 싱싱한 꽃게를 사다가 꽃게 찌개를 만들어 주셨어요.


더운 불 앞에서 일하시는 엄마를 보면 자꾸만 작아지는 제모습에 속상하지만, 항상 엄마를 웃게 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오늘은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 할머니께 드릴 도시락도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걸 가져다 드려도 될까?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제가 먹을 밥을 싸면서, 겸사겸사 드시라고 한 번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어요. 진짜 별거 아닌데 눈물까지 보이 시더라고요. 저는 그날 알게 되었어요.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일은 조금은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많이 어렵지는 않다는 것을요.

그리고 작은 정성과 선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사람들이 아직은 있어요.


이렇게 오늘부터 행복분식에서의 저와 엄마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누군가는 제 글을 좋아해 주시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기다려 주시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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