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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송 Mar 30. 2021

짝 바꿔도 돼요?

아들의 초등학교 수업시간이었다.
자리가 앞뒤인 아이들끼리 짝을 이루어 2:2로 4명이 하는 모둠활동이 있었다. 원래는 A와 B가 짝이고 C와 D가 짝이었는데 그 중 A가 제안을 했다. 자기가 C와 짝을 할테니 B와 D가 짝을 하자고. 네명은 서로 두루 가까운 사이였고 실상 B와 D는 친했기 때문에 별 이의는 없었다. A는 선생님께 물었다.
"짝 바꿔도 돼요?"
담임선생님은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고 앉아있던 A는 따로 면담 호출을 받았다. 선생님은 른 세 명도 뒤이어 불러 이야기를 나누셨다.
원래 친한 아이, 특정한 아이와만 지내려고 하면 안된다고. 활동을 할때만이라도 다른 친구를 알아갈 수 있다고.
아니나다를까? A의 원래 짝꿍이던 B는 짝을 바꾸자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했다. B로서는 D와 조금 더 친하기 때문에 D와 짝을 하는것이 좋기도 하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짝을 하겠다고 지목당한 C가 원래대로  D와 짝꿍을 하고싶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일이지만, 여러가지 마음을 헤아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짚어주신 선생님이 현명하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라면 시험 한 문제 더 맞고 틀리고보다 이렇게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마음을 가르쳐주시는 것이 맞다.
한 모둠이 짝을 바꾸기 시작하면 다른 모둠도 너도나도 바꾸겠다고 할 수 있고 그런 와중에는 마음한편이 소외되는 아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른들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김미경 강사님 강연에서도, 여러사람이 있는 집단에서 특정인과만 팔짱을 끼고 다니거나 (친구끼리 친밀감의 표시) 자기들 무리끼리만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어느 누구와만 과하게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 행위는 옆 사람을 소외감 느끼게 할 수 있고 다른 친구가 다가갈 기회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나와 마음이 더 맞는 사람이 당연히 있고 그런 친구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하지만 특정친구를 향한 나의 애정어린 마음이 옆의 다른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씩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림 by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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