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나는 ‘사기 전세’라는 글로 브런치북 10화를 연재하고 있다. 그러던 중 국토교통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됐다.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꿀정보'라니.
아직도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의 근본을 개인의 무지나 일탈 정도로만 보는 듯하다.
전세사기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최초 전세사기가 발생한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임대인만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범죄가 계속 파생될 수밖에 없다.
전세사기를 기획한 자들은 자신들만의 사업 구조를 만들어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규모 설정. 가장 수요가 많고, 금액대가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2룸 1 거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을 것이다. 주변에 여러 공사현장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각 시행사가 매매가와 전세가를 통일했을 개연성이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시세를 끌어올렸을 것이다.
둘째, 전세가로 둔갑한 사업비.
명의만 빌려줬다는 임대인들이 소유한 전세사기 물건들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전세가와 동일한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세가격으로 매매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 두 가지만 살펴보아도 답은 분명하다.
한 채당 매매가격을, 자신들이 엑시트가 가능한 사업비 수준으로 전세가를 설정한 것이다. 주변 부동산과 합세해 매매가를 올린 이유는 담보대출 한도 내에서 전세가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호황이었으니, 어느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여기에 은행과 신탁도 일정 부분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신탁사는 적정 매매가 산정을 위해 탁감을 했을 것이고, 은행 역시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검토했을 것이다. 감정평가사까지 포함해, 이 구조에 일정 부분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위 ‘시행사’라고 불린 이들은 실제로는 자신들의 사업비를 전세보증금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그 가격으로 임대인과 근저당을 설정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몇 가지 키워드만 내세우며, 전세 계약 전 주의만 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말 묻고 싶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의지는 있는가. 구조를 바로잡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거 아닌가.
5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존재 이유조차 없다.
지금처럼 이라면 그 역할은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