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축물에는 미술장식품을 설치해야 한다.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권장 규정이 있었고, 1984년 서울시 건축조례에서 최초로 의무화가 시작되었다. 이후 1995년,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추진된 법 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서울올림픽조각공원과 같은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제도는 애초에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 기회와 경제적 기반을 제공해 순수 문화예술을 진흥하기 위한 장치였다. 동시에 사적 건축물과 공공 공간의 접점에 예술을 개입시켜 도시경관을 개선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운영 방식은 두 가지다. 첫째, 건축공사비의 1% 이내에서 건축주가 직접 미술장식품을 설치하는 방법. 둘째, 설치비용의 70%를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2017년 기준 기금 출연 건수는 153건에 불과했다. 건축주들이 기금 납부 대신 직접 설치를 택한 것이다. 미술품은 가격 책정이 모호한 영역이다. 작품 가격을 부풀려 30% 이상의 리베이트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두 번째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설치 과정에도 구조적 문제가 있다. 미술작품설치 심의는 공사 막바지에 진행되므로, 건축주는 지체 없이 심의 통과를 원한다. 결국 가장 유명한 작가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도의 취지는 ‘예술가 지원’이었지만, 실제로는 상위 0.3% 작가들이 평균 98.7점의 작품을 설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장르 편중도 크다. 법적으로 회화,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가 허용되지만, 실제 설치의 78% 이상은 조각에 집중돼 있다. 외부 설치가 가능하고 관리가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 산정이 단순하고 심의 통과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공간에 공공적 가치를 불어넣는 발상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과정이 불투명하고 실효성이 낮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조경과 공개공지처럼, 직접 설치 대신 비용 납부 방식을 선택하게 하고, 모인 재원을 새롭게 조성될 공원이나 청사와 같은 공공시설 조성에 투명하게 사용하는게 효과적이다. 사적 시설에 흩어져 있는 작품보다, 한 곳에 집중 설치가 효과·공공성·접근성 모두를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