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ep.21 층간소음

by Celloglass

층간소음은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근본적 원인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거 건축 문화와 관련이 있다.

기본적인 문제는 벽식구조형태의 건축물에 있다. 기둥과 보 그리고 슬래브로 구성된 구조가 아닌, 벽과 슬래브로만 구성된 구조이다. 일반 건축물과 달리 유독 주거형태의 건축물에는 벽식구조가 선호된다. 1990년대 신도시 개발과 함께 다량의 주택을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했던 시절 사용된 구조방식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벽식 구조의 가장 큰 단점은 소음과 진동 전달에 취약하는 점이다. 위층 바닥에서 발생된 충격은 완충 장치 없이 벽과 슬래브를 타고 아래층으로 전달된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명통의 역할을 하며 진동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심지어 대각선 방향으로 소음이 전달되기도 하므로 소음의 근원지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기둥식 구조는 기둥과 보가 하중을 지지하고 바닥 슬래브는 그 위에 얺혀진 형태다. 윗층 충격은 슬래브에서 보로, 보에서 기둥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분산되고 흡수된다. 1986년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축물에서 층간소음 문제가 비교적 적은 이유는 이런 구조차이에 있다.

벽식구조는 기둥식 구조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하고 공사기간이 짧고, 경제적이란 이유로 건설사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전층 평면의 형태가 동일한 아파트의 경우에는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다.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 정작 거주자에게는 커다란 불편함을 안기고 있다. 층간 소음으로 세대간 불화가 발생되고, 폭력 사건도 발생되며 최근에는 살인사건의 주제가 되고 있다.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대변되기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너무 크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신축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방지 성능확보를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바닥 슬래브 두께(벽식 구조 210mm 이상, 기둥식 구조 150mm 이상)의 기준과 중량 충격음 49 dB이하의 기준을 적용한다.

문제는 이런 엄격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저품질의 완충재, 부실시공, 성능 검증 및 인증 시스템의 허점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완공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이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일상에서 겪는 많은 소음이 법적 층간소음의 범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물 내리는 소리, 애완견 짖는 소리, 대화 소리 등은 층간소음 규제 대상이 아니다. ‘경범죄 처벌법’의 ‘인근소란’ 등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을 수는 있으나 층간소음의 범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수명 주택기준」이나 「리모델링이 가능한 구조」의 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더이상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건축물은 거주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지 건설사의 이익이 대변되는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벽식구조의 구시대적 구조를 적용하면서도 공사비는 평당 1천만원을 넘어 1.2천만원까지 상승하고 있다. 이는 매년 공개되는 「표준공사비원가」나 「용도별 공사비」 공개 수치와는 너무 동떨어진다. 원자재 가격상승보다 분양가 상승에 편승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모습이다.

최소한 주거공간의 층간 소음을 규제하겠다고 하다면, 벽식 구조는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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