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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셔스 Oct 19. 2024

'억' 소리 나는 미국 유학의 가치?

모든 걸 유튜브로 배울 수 있는 세상에서 유학이 왜 필요한가?

지난 9월부터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거금을 들여 석사를 마치고, 그 석사 학위를 갖고 취직을 했고, 그 직장 경력을 바탕으로 박사를 오게 되었다. 박사는 다행히 학비가 면제되고, 생활비도 약간 나와서 월세도 내고, 입에 풀칠 할 수가 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석사 학생이 있는데,  자기 나라에서 연구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가, 이번에 석사를 시작하게 된 학생이다. 그 친구가 말하길 자기는 연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석사 지원할 때 CV(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코세라(Coursera)를 열심히 듣고 그걸로 이력서를 채웠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모르는 게 있으면 교수한테 물어보기 보다는 유튜브를 찾아본다고 한다. 나도 100프로 동의한다 하며, 같이 키득 거리며 웃었다. 나도 교수에게 설명을 듣고 이해가 안 가면 유튜브를 찾아보거나, 많은 경우 학교에서 배우는 것 보단 혼자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공부한다.


사실 뭔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라면, 더 이상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 미국 명문대 교수들의 강의는 코세라(Coursera)와 이디엑스(EdX)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미국 명문대 교수들보다 유튜브에 있는 인도인 선생님이 훨씬 잘 가르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국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연구하는 사람이다. 연구를 잘한다고 혹은 자기가 똑똑하다고 해서, 잘 가르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미국 사립 대학, 특히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아이비리그 대학의 석사 과정은 등록금이 어마어마하다. 삼성 이재용이 다닌 하버드 MBA의 경우 1년에  등록금이 76,940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억원 정도 된다. 이렇게 석사 2년이면 학비만 2억, 보스턴은 살인적 집세와 물가로 유명한 곳이므로 생활비까지 다 합치면 2억이 훌쩍 넘어가는 것이다. 내가 다닌 석사는 다행히 1년이라  7만 불에 생활비까지 해서 대략 1억을 쓴 것 같다. 지식의 습득만을 위해서라면 미국 석사 유학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짓 중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꾸역꾸역 거액을 들여 유학을 가는 이유는 역시 네트워킹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회는 공정한 시험이라는 제도 (과거제도의 영향으로 추정되는)가 기반이 되지만, 미국 사회는 네트워킹의 끝판왕이다. 이번에 퇴사를 하며 후임을 뽑는 것을 지켜보니, 전 세계에서 이력서가 수백 장이 들어와도, 미국 학교 졸업자를 우선으로 뽑고, 결국에는 자기들이 아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은 사람을 뽑았다. 나 역시도 교수님의 추천으로 취직을 했다. 미국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고, 결국 지인의 추천이 보증 수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추천도 아무나 해주지 않는다. 추천서에도 솔직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터뷰 통과 후 최종 단계에서 적게는 3명, 많게는 5명까지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미국에 남는 게 목표라면 추천서를 받기 위해 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게 되면, 이 사회의 문화에 대해 습득하게 된다. 교수들이 어떻게 가르치는지, 교수 및 동료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는지, 과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이 문화적 습득이 되지 않으면, 설령 엄청나게 자국에서 실력이 뛰어나 유학 없이 직장에 취직했다고 하더라도, 그 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학교를 다니며 만나게 되는 친구들도 결국 다 내 자산이 된다. 유명한 일타 강사 정승제가 한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대학을 가면 동아리를 들어가잖아. 동아리 들어가서 하는 건 다 똑같아. 술 먹고 노는 거. 그런데 그 동아리가 왜 중요한지 알아?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야"


이 말을 들으며 100프로 공감했다. 한국에서 대학 신입생 때 우르르 동아리를 다 같이 들었는데, 그 많은 동아리가 다 술 먹고 놀러 다니는 ‘술터디’ 동아리였다. 그런데 그 동아리 선택이 운명을 바꾼 게,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아리 안에서 만난 사람과 사귀고 결혼을 했다. 미국 유학에서 만난 동료들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미국에 굳이 남을 이유가 없다면, 거금을 들여 인맥을 만들어가며 미국 유학을 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졸업 후 미국에 남고 싶다고 해도, 신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에 남을 수가 없다. (태어나자마자 받는 대한민국 주민등록 번호가 얼마나 소중한지 해외에 나와서야 깨달았다) 우리나라가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여전히 선진국이고, 생활 수준도 높고, 무엇보다 친구와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있는 경우라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따져보고 유학을 결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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