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서 기획자로, 다시 디자이너로
약 5년을 디자인 공부를 하고, 디자이너로 또 한 4년을, 그리고 지금은 조금 벗어난 선에서 기획을 하고 있다. 온전히 내것인 디자인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의 내 작업들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꽤 많아서 오히려 심기일전 하게 되는 듯 하다.
더이상 '디자이너' 혹은 '작가'로 불리지 않는 다는것에 처음에는 불안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니 그동안의 내 작업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보다 더 많은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들과 어떻게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와 작업물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스스로 작업에 대한 심기일전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1년이 조금 더 넘었는데도 아직 디자인은 내가 '다시 돌아가야할 곳'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파이를 벗어 났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간격이 이제는 점점 더 좁혀져 겹쳐지는 부분들이 더 많이 보인다. 역시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는 없고, 기획만 하는 기획자는 없나보다.
내 기록을 다시 기록하기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만들어왔던 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요즘의 내 생각과 경험한 것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해 보기로 했다.
(여기서 함정이 있는데, 영국 유학을 준비하며 만든 영문 포트폴리오라서, 다시 번역을 해야한다..)
지금은 나의 '부캐'에 가까운 디자이너의 생각회로로 기록해둔 것들이 있다. 여기서 디자인은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이 아름다움이 주는 황홀함은 부정적인 것들을 환기하는 힘이 있다.
(눈으로 힐링 한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프린트해 둔 자료 더미를 보면서, 내 작업들이 새롭게 보였다. 언젠간 실현시킬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이 기록들을 좀 더 꺼내놓자 싶어 휴면상태의 클라우드를 모두 열기 시작했다.
사실 대학원 포트폴리오를 위해 '끼워 맞춘 작업들' 도 몇가지 있다. 보충할 것들을 체크하면서 어떤 느낌으로 정리하고 옮길것인지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포트폴리오의 순서로는 할머니를 주제로 한 작업이 1번이지만, 곰팡이를 주제로 한 작업부터 정리해 보려 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즘 내 관심을 반영한 나름의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