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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플레 Sep 01. 2024

시리즈의 근간과 멀어져 버린 ‘에이리언: 로물루스’  

인간과 제노모프가 굳게 닫힌 투명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숨죽인 채 서로를 의식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통상의 장르물이라면, 장면을 자주 전환하고 기괴한 음악을 삽입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집중할 테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다. 숙주가 되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에 공포와 무력감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 그런 인간과 문 하나 사이의 거리만큼 가까워진 제노모프의 맹목적인 목표 의식이 빚어내는 잔혹함 말이다. 하지만 ‘로물루스’는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다루는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로물루스’의 후반부에는 주인공 레인이 쏟아지는 제노모프 무리를 퇴치하는 액션 신이 기다리고 있다. 에이리언 2편 속 인간들처럼, 레인은 펄스 소총을 들고 제노모프에게 사정없이 총알을 쏟아붓는다. 이 과정에서 레인은 선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중력 발생 장치의 주기를 활용해 위기를 영리하게 극복한다.


이 신에서 감독은 불리한 조건에서 인간이 어떻게 제노모프를 상대하는지 상세히 조명했다. 총기 액션, 무중력 상태와 중력 상태를 오가는 인간의 몸짓 등을 비롯한 장르의 쾌감 요소가 밀도 있게 나열된다.


하지만 핵심이 빠져 있다. 달려드는 여러 마리의 제노모프가 공포의 대상이 아닌 게임 속 처리 대상인 유닛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인간에게 집착하는 면모나 그 경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와 상호작용하는 레인 역시 제노모프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묘사되지 않는다. 그저 액션의 스펙터클만 강조된 채, 이미지의 향연만 생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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