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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플레 Aug 19. 2024

<리볼버>, 얼굴과 얼굴 사이의 영화

얼굴이 드러날 때 어떤 게 드러나지 않고, 또 얼굴이 감춰질 때 어떤 것들이 고개를 내미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 교차와 공존을 응시하는 작업이 바로 <리볼버>의 핵심을 꿰뚫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령 하수영이 호텔을 잡고 위스키를 마실 때, 술에 물을 살짝 타는 장면을 들여다 보자. 이때 카메라는 술과 물이 섞이는 광경을 프레임에 가득 차도록 찍는다. 이런 구간이 얼핏 보면 잉여 숏처럼 느껴질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수영이 위스키를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했다면, 이렇게 촬영되고 편집될 필요가 없다. 물이 술에 섞여들어가는 그 몇 초의 순간 동안 카메라가 잔 내부를 클로즈업하고 있을 때,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하수영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굴려보고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찰나 이후 모습을 드러내는 하수영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제서야 그의 푸석푸석한 맨얼굴에 깃든 사연이 한층 풍부해졌다.


결국 <리볼버>를 음미하는 데 있어 우리는 얼굴을 파악하기 위해, 전후 맥락을 함께 보듬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게 바로 <리볼버>가 얼굴로만 지탱될 수 없는 이유다. 얼굴과 얼굴 사이를 수놓는 모든 숏과 신에서 관객들은 각자 인물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그 경로가 제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리볼버>는 감상할 때마다 매력을 발산하는 세기와 밀도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포섭될 것 같다가도 어느새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리볼버>의 기묘한 매력은, 영화를 한두 번 봐서는 도저히 만끽할 수 없는 게 당연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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