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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는 영화

<소영의 노력>, 그 무용수의 손에 들린 카메라

by 드플레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레 피어나는 궁금증이 있다. 과연 어느 지점이 연출된 장면이고, 어디까지가 연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인가? 이건 극 중 무용수 소영이 실제로 연기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사실 파악할 길이 없다는 데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가령 감정에 사로잡혀 독백을 이어가는 소영의 안무 연습 장면을 떠올려 본다. 마음속 생각을 여과 없이 끄집어내는 그의 모습은 시종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가 연습하면서 내뱉는 말들이나 감정과 몸짓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소영은 자기만의 서사를 안무 연습에 녹여낸다. 엄마는 몸이 불편한 딸에게 안 될 거 뻔하다며 포기하라고 재촉할 때가 있었다. 그저 춤을 추고 싶었던 소영은 그럴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자신의 한계로 인해 버거움을 느낄 때면 “나도 말귀를 알아듣고 싶은데”라며 자책했다. 그러니까 그의 공연 프로그램 안무 연습은 어쩌면 삶이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문제는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과연 이 구간이 몇 차례의 촬영 끝에 최종 상영본에 포함됐을지는 도통 알 길이 없는 것 아닌가. 또 이 과정에서 소영이 읊었던 표현들이 소영 스스로가 만들어낸 말인지 감독이나 주변 사람들이 보조해 줘서 나오게 된 말인지도 역시 구분해낼 방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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